오랜만에 읽은 전형적인 '성공기'
배가 만삭인 임산부가 책방 이곳저곳을 기웃기웃하는데, 육아서적 코너가 아닌 경제/경영, 그리고 사업 및 창업 등에 특화된 코너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곧 '엄마'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을 내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경제적 독립'.
여기서 독립해야 하는 곳은 당연히 꾸준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월급을 받고 있는 회사이다.
출퇴근 시간도 멀고, 원더우먼 워킹맘이 될 자신도 없는 나는,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지만 벌써부터 육아와 경제활동을 동시에 하는 상황에 떨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조직생활을 좋아하고 잘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조직생활과의 이별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 이유 때문에 내 삶은 항상 너무나 평범하게 흘러오지 않았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는 '비 자발적인' 조직과의 분리가 일어나는 기간에는 - 출산/육아 휴직 - 무언가 딴짓을 해 봐야지 라는 생각도 항상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파리', '여자'라는 이 두 키워드.
내가 너무 사랑하고, 예전에 출장을 계기로 좋은 기억이 많은 파리,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거둔 성공의 스토리는 무언가 지금 시점 나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최정상', '부의 시크릿' 같은 큰 단어들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냥 나에게 스토리를 들려주고, 작은 울림/설렘을 주고 그리고 밑줄 칠 수 있는 좋은 문장들과 생각들이 있으면 충분했을.
모두가 나름 책을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겠지만, 나는 저자 약력, 목차 그리고 앞부분 몇 페이지를 보고 '감'을 잡는다. 이른바 첫인상과 후광효과에 매우 좌지우지되는 편인데, 그래서 앞부분만 읽고 놔둔 책이 그렇게도 많은가...?
책은 켈리 최 회장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켈리 델리(KellyDelly)라는 회사를 창업하기 전후, 본인의 성장 스토리 및 회사에 대한 내용들. 전형적으로 한 개인의 '성공스토리'의 플롯을 따라가는데, 전형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도전하는' '실행력 있는'과 같은 성공한 개인의 특징들을 이야기한다.
아주 오랜만에 이런 류의 책을 읽었는데(20대 때는 아주 열심히 성공스토리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역시 나이가 들고, 상황이 달라지며 드는 생각과 느낌이 다르다.
20대의 나라면 '그래! 이렇게 나아가는 거야! 멋있다!!'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30대 중반에 나는 '나는 이렇게 까지는 못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 부분은 좀 배우고 생각해 보면 좋겠구나'라고 이미 한계를 그어 놓고, 내가 가능한 부분을 가늠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역시 유튜브에서 보는 짧은 영상 속의 주인공들과,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인물의 스토리와 울림은 큰 차이가 있다(2017년에 1쇄를 찍고, 나는 17쇄를 구매했으니 롱런하고 있는 책이다!).
좋았던 문장: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에는 방황하는 법이다.'- 파우스트 인용 구절 중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다' - Part 1 소제목
'... 갖춰야 하는 게 바로 내비게이션, 즉 '기업문화'다' - 21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