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드라마스페셜2020
연애가 지나간 자리를 돌아본다. 그 이별의 자리엔 사람이 있고 그 자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연애의 흔적>은 어쩌면 이별이었던 적 없다고, 끊겼던 적이 없으니 연애의 흔적이라 말한다.
작품 속 가을의 풍경이 황금빛이다. '가을 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만있어도 떠난 사람이 생각나고 없는 그대를 애타게 찾는 계절이 가을이다. 이 계절에, 건축회사 이주영 대리의 연애에서 떠났던 사람이 돌아온다.
3개월 정도의 사내 연애를 텁텁하게 물고 늘어지는 전남친과의 관계만도 회사 생활이 벅찬데, 3년 전 그놈이 경력직으로 들어와 바로 옆 자리에 안장 일을 해야 하는 팔짝 뛰겠는 상황이 벌어진다.
작품은 이 상황을 애써 코믹하게 풀거나 힘 들여 치정 난투극으로 가지 않는다. 대신 우리 일상에 최대한 톤을 녹여낸다.
연애가 끝난 흔적인 줄 알았는데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추어 있던 것을 알았다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달라지는 것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그 자리를 돌아보면서 헤어짐의 이유, 그리고 결국에는 마음으로는 놓지 않았던 일유를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 일상처럼, 적당히 질척거리고 적당히 악쓰고 딱 그만큼 찌질하게 말이다. 과하지 않게 녹인 연애의 달콤 씁쓸 찌질함을 잘 보여주는 단막극이었다.
달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에 손이 가는 날에 꺼내볼 만한 드라마로 추천한다.
한 줄만 기록하자면,
다시 가져가게 될 추억은 예쁘게 포장되기 마련이다.
여담
* 이유영이 예쁘다.
애교 꼬장 장르에서는 원탑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현실에 꼭 보인다. (얼굴은 다름, 톤은 같음.)
** 흐드러진 노란 가을을 보며 인왕산 근처 동네의 로맨스를 꿈꾸게 하는 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