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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 Nov 26. 2016

앞머리가 있는것과 없는 것

#속초 #설악산 #한옥카페

아마 2003년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도움도 없이 처음 앞머리를 잘랐던 해가 아마.. 2003년, 중학교 1학년이였을 거다.

나는 너무나 무모했고, 잘려진 내 앞머리 또한 너무나 처참했지. 미용실에서 복구를 시도해 봤지만 이미 잘려진 앞머리를 다듬고, 잘려지지 않은 머리카락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하는 것 이외에는 미용실 언니도, 나도 더이상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 이마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앞머리로 10년을 살았다.


여신머리가 인기였던 2013년


얼굴은 비록 아니였지만 '여신'머리로 얼굴을 커버하고 싶은 욕심에 앞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사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였다고 할 수 있다. 내 얼굴은 광대돌출형이였으며, 이마는 매우 좁아 기존의 앞머리는 당사자나 보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

실제로 길이가 어느 정도 길고나니, 주변에서 앞머리 없는게 훨씬 보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뿐 아니라, 나도 너무 편했다.

앞머리가 없으면 겨울철 비바람이 불더라도 손을 앞머리에 가져가지 않아도 됐으며, 앞머리가 떡졌는지 어쨌는지 신경쓸 필요가 없어졌다. 고데기는 c컬 용으로만 사용하게 됐고, 무엇보다 거울 속의 내가 맘에 들었다.

문제는.. 내 머리카락이 그렇게 빨리 자라지 않는다는 것.

'마의 구간'이라 불리우는 거지존, 다시말해 눈꼬리부터 시작해 광대, 턱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의 길이는 '여신'은 커녕 나에게 자괴감을 주기 충분한 비주얼이였는데, 나는 자그마치 1년을 넘는 거지존을 보냈지.

다행?이도 휴학기간이라 집에서 매일 실삔을 꽂고 딩굴거렸지만, 또 안타깝게도 2013년 7월은 내가 난생 처음으로 해외, 그것도 유럽여행을 갔던 기간이었다.

하필 또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나는 '비록 앞머리는 거지같지만 사진으로는 티가 나지 않게' 실삔을 요래조래 꽂거나 머리를 올백으로 묶고, 그마저도 안되면 각도를 조절해 사진을 찍고야 마는 셀카 장인으로서의 첫걸음을 걷는다.

실제로, 그때 그 사진들은 지금까지 내 인생샷이 된 경우가 많다.



2016년, 터닝포인트가 될까?


뭐든 오래되면 질리게 되는걸까. 그도 아니면 오래될수록 좋지 않은 모습이 드러나는걸까.

내 "여신"머리는 너무 자리를 잡아버려서 안그래도 가만있어도 생머리같은 내 머리카락은 두상에 착 달라붙어 "내가 바로 5:5가르마다!!" 하고 있었다.

한.. 3개월동안, 그러니까 여름 즈음부터 앞머리 자를까? 앞머리 자를까요?를 끊임없이 물어보며 앞머리 의지를 키우던 나는 '인생의 실수가 될수도 있을거같은 전화' 와 '뜬금없는 친구의 시스루뱅 종용'에 다시 한번 가위에 손을 대고 만다.


며칠에 걸친 가위질을 통해 지금은 좀 자리잡은 나의 '시스루'앞머리는 일단 내 인생 첫 앞머리와 '머리카락의 양'에 있어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그부분에 가장 큰 신경을 썻다.

그리고 이번엔 충동적이긴 했지만 충분히 영상으로 방법을 숙지한 후, 시간을 들여 잘랐다.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마지막으로, '다시' 셀카가 잘 받기 시작했다. 사실 이게 가장 뿌듯하다.


그래서 여기 설악산 한옥카페에 앉아, 앞머리 다시 자르고 떠난 첫 여행에서 사진 너무 잘나온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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