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삶의 방향을 잃었을때

by 우보천리

이정표란 길을 가는 이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존재다. 산을 오를 때, 혹은 낯선 곳을 헤맬 때, 우리는 이정표를 통해 길을 찾는다. 나무 기둥이나 금속판에 간단한 글자로 적힌 이정표는 때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존재는 우리에게 막대한 의미를 가진다. 이정표가 없다면 길을 잃고 방황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정표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과 친숙함을 느꼈다. 가끔 가족과 함께 산을 오르거나 낯선 도시를 방문할 때, 이정표를 보는 순간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겠다.”는 그 간결한 확신은 낯선 환경 속에서도 나를 침착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정표는 길 위에서 길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길을 잃었다는 불안감을 덜어 주는 소중한 도구였다.

산을 오를 때 이정표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속은 도로처럼 명확한 경계가 없고, 나무와 돌, 바위가 이어진 풍경 속에서는 길을 잃기가 쉽다. 그런 상황에서 이정표는 방향 감각을 잃지 않도록 돕는 든든한 친구다. 나무 기둥에 적힌 “정상까지 2.3km”라는 글자는 지친 몸과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된다. 이제 얼마나 더 걸어가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이정표는 우리가 길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낯선 도시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도를 들고 걷다가도 익숙하지 않은 거리와 복잡한 도로를 만나면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이정표는 그런 순간에 단순하고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역 방향은 오른쪽”이라는 간단한 문구가 나의 발걸음을 정확히 인도해 주는 것이다.


이정표는 단순히 길을 알려주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삶의 상징과도 같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이정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 어떤 선택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마음속에 세운 이정표를 참고한다.


인생은 종종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때로는 힘겨운 오르막길을 견뎌야 한다. 그런 여정 속에서 이정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걸어가는 길, 그리고 그 길에서 스스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정표다.


그러나 인생의 이정표는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나만의 목표와 가치를 기반으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준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정표는 단지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는 때때로 이정표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힘든 상황에 처하거나, 선택의 순간에 갈등이 있을 때, 우리는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내가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 그리고 “그 길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라는 질문들은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설정할 기회를 제공한다.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두려움 속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삶의 이정표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따라 이정표를 수정하고, 때로는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정표는 방향성을 제공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 방향을 따라 걸어가며 다시금 의미를 만들어 간다.


나는 가끔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산 속에서 이정표를 만났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정상까지 몇 킬로미터가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그 단순한 표지판은 내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아직 멀었지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확신은 지친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설정한 이정표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추는 등대와 같다.


이정표가 없는 인생은 혼란스럽다.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망설이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정표는 단순히 방향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힘을 준다. 이정표를 세우고 그것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간다.


산을 오를 때마다 나는 이정표를 만난다. 때로는 오래된 나무판에 간단한 글씨로 적힌 그것이, 때로는 반짝이는 금속판에 새겨진 화살표가 나를 맞이한다. 그 이정표들은 모두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고, 내가 옳은 길을 걷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 이정표는 단순히 산 속의 방향만을 알려준 것이 아니라, 나의 삶에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삶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때마다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세운 이정표다. 그 이정표는 때로는 희미해 보이고, 때로는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삶을 향한 믿음과 희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정표는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도구다. 산을 오를 때, 도시를 걸을 때, 그리고 인생의 갈림길에 설 때, 이정표는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그것은 단순히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게 하는 중요한 삶의 상징이다.


오늘도 나는 이정표를 따라 걸어간다. 그 이정표는 나의 목표와 가치를 반영하며,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그 길의 끝에서, 내가 걸어온 모든 길과 만난 이정표들이 내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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