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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인연, 남겨진 마음

인간관계

by 우보천리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놓친다. 어떤 인연은 짧고, 어떤 인연은 길다. 어떤 인연은 서로의 가슴속 깊이 남아 오래도록 빛나고, 어떤 인연은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남긴 마음일 것이다. 소중했던 사람과의 기억은 우리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지만, 그날의 미소와 따스한 눈빛이 내 마음에 새겨졌다. 함께 걸었던 거리, 나누었던 대화, 사소한 농담 하나까지도 모든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인연이란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다가와 우리의 삶에 자리 잡고, 스며들 듯 익숙해진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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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인연이 끝까지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의 소식이 뜸해지는 것쯤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연락이 줄어들고, 함께하던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언젠가부터는 그 사람의 소식을 궁금해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한때는 늘 함께할 것 같았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추억 속에만 머무는 존재가 되었다.

멀어지는 인연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 하나는 아쉬움이고, 다른 하나는 받아들임이다. 아쉬움은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사소한 다툼조차도 그립고, 아무 말 없이 걸었던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함께 웃고, 때로는 다투기도 했던 그 순간들이 이제는 손에 잡히지 않는 기억이 되었다. 그러나 받아들임은 그 인연이 이제 우리의 곁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소중했던 인연이라도 언젠가는 흩어진다. 그것이 삶이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실이다.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변화하는 것이 있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남겨진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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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인연을 붙잡으려 애쓸 때도 있었다. 연락을 시도해 보고, 우연이라도 마주치길 바랐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서로의 삶이 이미 달라졌다면, 다시 돌아간다 해도 예전과 같을 수는 없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렇게 한 사람은 기억이 되었고, 또 다른 사람은 추억이 되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쩌면 조금 더 노력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억지로 이어가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멀어진 인연이 남긴 것은 단순한 아쉬움만이 아니다. 우리는 그 인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상처를, 때로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배운다. 우리는 함께했던 순간 속에서 행복을 배우고, 이별 속에서 성장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 이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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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삶은 계속해서 인연을 만들고, 흩어지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붙잡을 수 없는 인연이 있고, 예기치 않게 다가오는 인연이 있다. 그 모든 인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는 것뿐이다. 함께하는 동안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감사하는 것. 그렇게 하면 언젠가 그 인연이 멀어지더라도, 남겨진 마음이 후회로 가득 차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따뜻하게 다가가야 한다.

멀어진 인연을 떠올릴 때면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인연을 축복할 수 있다. 함께했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가끔은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먼 곳에서 조용히 기도한다. 그것이 인연을 보내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일 테니까. 함께했던 순간이 의미 있었던 만큼, 이별도 의미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사람을 잊는 것이 아니라, 가슴 깊이 간직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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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떠나보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인연이 머물렀던 시간보다, 그 인연이 남긴 따뜻한 마음이다. 설령 그 사람이 내 곁을 떠났다고 해도,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의 가슴속에서 오래도록 남아,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를 바탕으로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연은 결국 우리에게 소중한 배움과 추억을 남기며, 그렇게 우리의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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