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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올림단상

안마의자 전성시대의 소멸

4가지 이유

by 최올림

‘안마의자’ 이젠 다시 ‘사지 않겠다’고 결심한 4가지 이유


피로는 ‘간’ 때문이라고 쓰고 ‘안마의자’가 없기 때문이라 읽고 졸랐더니 이 세상서 가장 큰 결정권을 지닌 와이프님도 허락해 줘 5년전 샀던 이 녀석, 이젠 / 정말 / 결코 / 다시는 안사겠다고 다짐하며 그 네가지 이유를 공개합니다 (*불매운동도 아니고 무슨 목적을 갖고 쓴 것이 절대 아닌 정말 개인적 이유이니 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1) 영원이 아닌 순간… 결국 안 시원해요

- 중학교 때 생물 시간인가 배웠던 ‘역치’와 ‘실무율’ 아직도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아프고 쑤신 곳을 콕콕 눌러주고, 지압도 번갈아가며 손아귀의 힘인 악력으로 받는 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결국 이 장비에 몸을 뉘일 경우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원한 사랑은 오래 못가고, 기계 덩어리란 생각이 가득해지면서 그냥 그렇게 식어가는 애정으로 전락합니다. 뭉친 근육도 풀리고 스트레스도 날아가는 듯 했는데 그 느낌은 채 수개월이 안가더라구요. 목욕탕에 가서 세신사님께 받는 마사지는 언제 받더라도 엄치척이었는데 안마의자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2) 고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알박기… 결국 공간낭비에요

- 안방에 놓을까 거실에 둘까 요리보고 저리봐도 이쁘기만 했는데 재건축과 재개발을 방해하는 알박기처럼 도통 웬만한 힘애도 굴복하지 않고 떡하니 제법되는 공간을 독점하고 있는 이 친구가 이제는 싫습니다. 더구나 눈에는 잘 안보이지만 온갖 먼지가 쌓여있을 듯 하고, 쇼파 천갈이가 필요하듯 햇빛과 세월에 벗겨진 피부껍질은 각질처럼 부스러기로 여기저기 떨어지네요…니가 낙엽이냐?


3) 옷걸이도 아니고 선반도 아닌데… 결국 창고로 전락

- 안마 받으려고 / 무중력 모드에 퉁퉁 부은 다리좀 올려보려고 / 종일 키보드 워리어로 살았던 내 팔의 지압을 위해 누워보지만 이제 내 몸이 아닌 각종 옷가지와 아이들의 과자부스러기 나아가 리모콘과 이불말리기용 등 그저 뭔가를 올려 놓는 설비로 전락됐습니다


4) 이별할 때도 골칫거리… 결국 또 돈먹는 하마네요

- 됐다!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결심하고 집밖으로 옮겨 버리려는 순간, 저걸 어떻게 들지? 어찌 치우지란 생각으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포털사이트는 물론 아파트 게시판과 숨고까지 뒤져봤지만 결별을 위해선 **만원이 든다네요.. 아고 아까워라 내 돈. 더 황당한 건 이녀석 그저 재활용 분리수거 및 음식물 쓰레기 차원이 아니라 쉽사리 던질 수도 없고, 각 지역마다 또 사는 곳마다 정책이 달라 함부로 버릴 수도 없답니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이유는 있을텐데 오늘밤 저는 저 친구가 이유없이 미워 보입니다. 한때는 너 없이 못산다 여겼는데 이제 그만 헤어져야겠습니다. ‘거자필반’ 대신 ‘회.자.정.리’만 기억할래요~ 안녕! 안 마의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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