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 안갔다 무한반복의 쳇바퀴 속에서…
< 돌아온 탕자 >
몇번째 반복인 지 이제 횟수조차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만… 기억의 한 자락은 4번째 아니 5번째 정도로 여겨집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모태 신앙은 아니지만 국민학교(이젠 초등학교죠?) 시절 베프의 손에 이끌려 ‘여름성경학교’란 프로그램에 초청 받았고, 거기서 받은 오로지 ‘달란트’(교회 바자회 등 물품으로 교환가능한 일종의 상품권)를 많이 확보해 사용코자 다니기 시작한 곳이 바로 ‘교회’였습니다.
참으로 물질주의적인 놈입니다. 본래 부유와는 거리가 먼 집안에서 자란 탓인지 아님 후천적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거 때문만은 아니라고 쓰고 믿고 싶습니다.
그렇게 뭐에 이끌려 나갔지만, 누구보다 열심이었고 소위 크리스찬이 되는 과정을 충실히 밟았으며 또 교인 그 자체라 되새김질하며 학창시절 시험기간에도 주일은 꼭 지키며 교회에 나갔습니다.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거기에 있을 때면 딴 잡념도 잡생각도 안났고, 오로지 신앙심에 취해 맑고 깨끗한 마치 세신을 마치고 목욕탕에서 나와 항아리 모양의 바나나맛 우유 한통을 마시는 그런 상쾌함을 느꼈으니까요…
그러다 원하던 고교(**외고) 진학에 실패했고, 가고 싶었던 대학(경찰대)에 낙방했으며, 집안에도 우환이 몰려오는 등 계속 안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 교회를 등졌고, 십수년째 나가지 않다보니 자연스레 신앙심(구원)도 시들다 사라졌습니다.
물론 중간에 나갔다 안나갔다 되풀이는 수차례 있었으나 사실 중단에 가까웠죠. 이후는 무교(종교 없음)로 지냈고, 본의 아니게 절에도 나갔고, 성당에도 갔습니다…만 믿음에 의거한 종교활동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인간이란 동물은 참 위대하고 강해보여도 사실 나약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손꼽기 어려울 정도의 수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힘들고 부족하다 여길때 절대적인 신을 찾게 되고 또 없던 믿음도 끄집어내 그 분께 엎드리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답니다. 흔히들 말하는 나이롱 신자처럼 교인이라 쓰고 교인인척이라 읽었습니다.
이 잡문 역시 종교를 설파하거나 믿음을 되찾은 제 광명스토리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고 흐뜨러진 제 마음의 파동을 약간의 기록으로나마 남기고자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었습니다.
‘아직은 50도 아닌 40대 후반이잖아…’
‘너만 어렵고 힘든 건 아니잖아…’
‘이 또한 지나가리….’ 란 인간적 자위로 있겠지만 다시금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어린양이 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때 마침 동네 친한 형이 함께 가자고 저를 꼬셨고(전도), 치맥을 즐기다 덮석 알겠다고 대답해 오늘 예배당을 찾았습니다.
다시 찾은 이 곳이 제게 위안과 용기를 주네요. 목사님의 말씀 한 구절, 한 소절이 얼어붙은 냉동 마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어줬습니다.
풀어야 할 사안도 제법 있고, 반 백살을 앞둔 이 시기가 참으로 괴롭고 여렵기만 합니다.
중,고교 시절의 난제라면 자습서에 몰입하고 문제집을 풀어가며 독파했겠지만 중년 남성이 짊어진 이 인생의 숙제는 그런 물리적 방법으론 해결이 잘 안되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형과의 약속도 지킬겸 그냥 교회 한번 나간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 소위 새신자로서 등록이란 절차를 밟았습니다.
다시 등질 지도 모르고, 또 방랑자처럼 훌쩍 떠날수도 있겠지만 한동안은 흩어진 마음을 동여메고 다시 교회에 잘 다녀볼 다짐입니다.
그렇게 오늘 저는 ‘돌아온 탕자’가 됐습니다. 다시 손잡고 반겨준 형에게 특히 고맙다는 말과 함께 휘향찬란한 햇살은 아니더라도 다시 한 걸음 내딜 수 있는 2025년이 제 앞에 오기를 기도하며 남은 올 한해 마무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