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필독서!!!
<스크루테이프의편지> 이처럼 발칙하되 적나라한 심리서(?)라니…
먼저 이 책 역시 이제서야 접한 제가 한심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과 함께 가끔 헛똑똑을 자처한 제 자신에게 약한 돌팔매질을 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사랑하는 웜우드에게’로 시작해 ‘너를 아끼는 삼촌, 스크루테이프란 싸인’으로 마치는 편지글의 수미쌍관 형식은 두서 없는 내용을 흩뿌려놓은 것 같은 걸 바로잡아 주고, 또 매번 단편모음인 옴니버스의 통일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 책을 추천해 준 제 지인은 이렇게 운을 띄웠습니다. “‘악마’의 관점에서 ‘신자’들을 바라본 책이에요. 상당히 흥미진진할꺼에요”라고요.
또한,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을 잼나게 읽었다고 하니 말이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얼핏 보면 비슷한 분량에 디자인 느낌도 유사하고, 결정적으로 기독교라는 종교적 관점에서의 도서라 이 작가가 그 작자 아니야 할 정도로 흡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평점에서 신선도를 매기는 ‘라튼 토마토’ 지수처럼 이 책 정말 시쳇말로 쌉신선이네요.
어렸을 적 양 검지 손가락을 양쪽 뒤통수로 올려 악마를 형상화하며 귓속말로 친구에게 ’공부하지 말고 나랑 놀자~ 밥 먹지 말고 군것질하자~‘라고 꼬득인 적이 있었는데 자연스레 그 때와 중첩됐습니다.
’이래도 안넘어올래?‘
’이렇게 했는데도 끄덕없다고?‘
’넘 실망이야~ 이렇게 하고 결과보고해‘
푸핫! 정말 너를 아끼는 삼촌이라 썼지만 이 자체가 악마(devil)면서 끊임없이 안달복달하는 정말 악한 챌린저더라구요.
물론 가상일꺼라 생각합니다. 아니 가짜일 것 같구요. 이런 편지가 어디있겠습니까.
다만 표리부동 속 교인은 환자(patient)에 비유한 채 계속 설래발을 날리는 이 고약한 삼촌은 읽는 내내 혀를 차게 만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동화도 됐고. 정말 시키는 속삼임대로 행해야하지 않을까란 조바심까지 몰려오더라구요.
베스킨라빈스의 골라먹는 31가지 맛처럼 이 책은 31장의 편지글 형식으로 끊임없이 나를 흔듭니다. (끝내 ‘너를 아끼던 삼촌’이 ‘너를 더더욱 게걸스레 탐내며 아끼는 삼촌’으로 마무리하네요)
’내가 사막의 음침한 골짜기를 갈 지라도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다‘라는 성경말씀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죠.
지루하고 어려운 고대어 성경같은 느낌보단 일상사에서 매일매일 반어와 역설로 들었다 놨다 반복하는 구조가 이 책의 흥미를 돋웁니다.
시간 가느줄도 모르게 술술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제 머리가 나쁜건지 삼촌이름인 ’스크루테이프‘는 입에 안감기던데 이는 제가 천사라 그런거겠죠? (농답입니다)
간만에 결이 다른 그리고 악의 관점애서 바라본 절대선에 대해 반추해 봤던 아주 유익한 북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그러보보니 ‘악마’라는 존재가 무섭네요. 동양의 도깨비와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그리고 관에 누웠다 자정에 일어나는 드라큐라와는 다른 정말 절대악의 끝판왕 느낌이랄까요?
결국은 하나의 존재 혹은 눈에 안보이지만 어딘가 있는 이라기 보단 내 약한 마음과 내 미숙한 영안에 늘 잠재되어 있는 믿음에 반하는 그 마음 자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1963년 작고한 유명한 작가의 이 맛깔나는 문체를 이제라도 알게 해주고 읽게 부추긴 최**님께 다시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현대 도서도 아닌데 이토록 발칙한 이 책의 서문(유명한 두 위인의 멘트)을 다시 소리내서 읽어보며 이 흥분된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켜볼까 합니다.
”성경말씀에 승복하지 않는 악마를 퇴치하려면, 비웃고 업신여기는 것이 상책이다. 악마는 경멸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르틴 루터)“
”오만한 영, 악마는……놀림감이 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토마스 모어)“
*사족: <반지의 제왕> 작가인 j.r.r 톨킨에게라 표지는 그가 그의 절친이라고 들었는데 그 맥락일 꺼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