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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풍류의 어디쯤

나를 위한 일상

by 봄날의 소풍 Mar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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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필라테스를 갔다. 나도 몰랐던 구석구석  숨어있던 근육들이 새순이 땅에 올라오듯 삐죽삐죽 나오는 느낌이다."우리가 이렇게 있는 줄 몰랐지?"라고 말하는 건 같았다. 뛴 것도 아닌데 얼굴에 땀이 삐질삐질 났다. 내 몸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


어제는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뚫고 이천에 있는 연수원에 다녀왔다. 어쩜 191명 중 아는 사람이 1도 없단 말인가! 살짝 뻘쭘하고 낯설었지만 안 그런 척 주섬주섬 피씨를 켜고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연구년제 연간 일정, 복무규정, 교육청 내 연구소 두어 곳의 홍보를 듣고 배정받은 분임조  강의실로 갔다. 중고등학교 선생님 다섯 분과 파주에 계시는 초등 선생님 두 분과  '교육과정 설계'라는 카테고리로 공동주제 초안을 작성해야 한다. 각자 소개도 하고 개인  연구 주제도 나누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언어가 생소하지만 신선했다. 공동 주제를 정해야 한다. 교사들이 갖는 특유의 기본적 친화력 덕분에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점심도 같이 잘 먹고 산책도 한다. 각자의 니즈와 배경지식, 능력들과 경험치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주제를 이끌어 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많은 대화 끝에 주제도 정했다. 역할과 모임 일정도 정했다. 끝나고 나온 해 질 녘의 풍경은 따뜻하고 빛났다.


 운전할 때 안개가 가득하면 도무지 저 너머엔 뭐가 있을지 몰라 막막하다. 하지만 조금씩 헤쳐가면 선물 같은 풍경들이 나온다. 딴딴한 몸뚱이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만 했지만 어깨를 펴고 가슴은 내리고, 엉덩에 힘주고 견갑골을 모으는 자세를 하면 모르던 근육들이 삐죽삐죽 나오며 풀린다. 올 한 해도 하루하루 한 걸음씩 연구와 풍류 속을 걷다 보면 행복의 미소가 지어질 거라 본다.


필라테스를 마치고 가볍게 마트로 향했다. 명퇴한 친한 선생님이 당일치기 관광버스 여행 가자고 연락이 왔다

.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트에서 봐온 장바구니를 달랑달랑 들고 집에 왔다. 나를 위한 아침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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