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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Oct 04. 2015

영혼의 안식을 얻다.

인도의 고리강가 마을

우리는 델리를 떠나 고리강가 마을로 향하였다. 

고리강가 마을은 아그라에서 3시간 떨어진 곳으로서 인도의 농촌 마을이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이 마을은 다야사가르 슬럼가 학교를 운영하는 아카시 목사의 고향이었다. 

놀랍게도 이 마을에는 힌두사원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수많은 힌두 사원이 곳곳에 있었다. 

사실 고리강가 마을은 1940년 아카시 목사의 아버지인 엘리야 마씨 목사가 25살 때 찾아와서 복음을 전파하였다. 

그는 70년 동안 이 고리강가 마을을 중심으로 근처 200여 개 마을을 찾아다니며 전도했다. 

그리고 몇 개의 마을이 뭉쳐서 교회를 세우는 일을 지도하였다. 

그는 9개의 지교회를 세우고 고리 강가 마을에도 교회를 세웠다. 

그동안 그는 복음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감옥에도 갇히기도 하고, 힌두교도들에게 뺨을 맞고 침 뱉음을 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힌두교 극우단체인 RSS가 찾아와서 고리강가 마을 교회를 파괴하겠다고 협박하였다. 

그러나 엘리야 마씨 목사는 이렇게 답하였다. 

"No Problem! 당신들이 교회를 무너뜨릴 수 있지만, 우리의 믿음은 결코 무너뜨릴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10년 전 RSS는 청년들을 동원하여 교회를 파괴하였다. 

그런데도 이 마을 사람들은 똘똘 뭉쳐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였다. 

비록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학교로 쓰던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를 파괴했는데 오히려 힌두 사원이 스스로 문을 닫았다. 

찾아오는 이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문을 닫은 것이다. 

나는 이 마을에서 영적 안식을 얻었다. 

온통 유채밭인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큰 소리로 싸우거나 다투는 일 없이 조용하였다. 

그림 같은 동네에서 농사를 짓고, 유채꿀을 따며 사는 저들의 모습은 마치 별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아침이면 모두 손에 물병 하나씩 들고 동네를 거닌다. 

이상하여 물었더니 화장실이 없어서 동네 아무 데나 용변을 보고 물로 뒤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의 인분은 풀어 기르는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화장실이다. 

나도 아침에 그들을 따라 물 한 병을 들고 동네 어스름한 곳에 쭈그리고 앉았다. 

현대 문명에 익숙한 내가 그곳에 앉아 사람들이 오나 안 오나 두리번거리자니 쉽게 일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만은 한없이 푸근했다.

그동안 시끄러운 인도 관광지에서, 온종일 앵앵거리는 사원의 경전 읽는 소리, 경적 울어대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시골 마을에 있자니 저절로 마음이 열렸다.

아침에 일어나 조그만 화로 하나로 십수 명의 음식을 하자니 하루 두 끼 먹는 것도 과분하다. 

아침상이 차려질 동안 동네를 어슬렁거리면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나도 어느새 인도인이 된 것처럼 ‘무슨 일 없어요? 지난밤은 잘 주무셨나요?’ 그런 마음으로 집집마다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외국인을 처음 보았는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어느 인도인은 차나 한잔 하라고 나를 부른다. 

오랜만에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평안과 평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인도 여행기 

8. 눈물의 초코파이 - 슬럼가 학교

7. 최악의 델리 여행

6. 인도 요리

5. 빨래하는 사람들

4. 마사지와 라씨

3. 바라나시에서 만난 철수 

2. 바라나시에서 첫 날

1. 인도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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