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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30. 2015

어둠을 대하는 세가지 자세

톨스토이, 니체, 어거스틴

무더웠던 어느 날 차라투스트라는 두 팔로 얼굴을 가린 채 무화과나무 밑에서 잠이 들었다. 그때 독사 한 마리가 다가와서 그의 목을 물었기 때문에 차라투스트라는 고통을 못 이겨 고함을 질렀다. 그는 얼굴에서 팔을 내리고 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뱀이 차라투스트라의 눈빛을 알아보고는 어정쩡하게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도망가지 마라. 너는 감사하다는 말을 아직 받지 않았다. 가야 할 길이 먼 나를 제때에 깨워 주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120쪽)


니체는 유서 깊은 목사 집안의 아들로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되려 했다. 실제로 그는 신학교에 입학하기도 했다. 물론 1년도 다니지 않아서 자퇴하였기에 어머니는 크게 실망하였다. 니체의 사상은 기독교적 배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의 글에는 기독교적 메타포(metaphor, 은유)가 많다.


위의 글도 은유로 가득 차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무더운 어느 날 두 팔로 얼굴을 가린 채 무화과나무 아래서 잠이 들었다. 마치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죄를 범한 후 무화과나무 잎으로 자신의 치부를 가린 것을 연상케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두 팔로 얼굴을 가림으로서 하나님을 거부하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때 독사 한 마리가 다가와 차라투스트라의 목을 물었다. 물론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누구인가? 초인 아닌가? 뱀이 그의 목을 물은 것은 그저 자신의 잠을 깨우는 정도일 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잠이 깨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도망치려는 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가야 할 길이 먼 나를 제때에 깨워주어서 고맙다." 뱀이 자기를 깨웠다는 말도 은유다.


아담과 하와에게 뱀이 유혹했던 말은 인간성을 깨우는 말이다. 원래 죄라는 것은 하나의 사과를 훔쳐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너희가 하나님처럼 될 것이다.”는 유혹에 굴복한 것이다. 이 말은 인간에게 언제나 유혹적이다. 그리하여 위대한 인간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사람들은 신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자신이 그 왕좌에 앉기를 소망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이성과 의지와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니체가 그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하나님 신앙 대신에 자신의 창조적인 자아(초인) 신앙을 가진다. 그는 스스로 진리와 가치를 규정한다. 그는 결코 신에게 진리를 묻지 않는다. 신에게 진리를 묻는다는 것은 순종과 복종을 전제할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니체는 생각했다. 니체는 신에게 순종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신이 되고 싶었다. 그는 스스로 입법자요 명령자로 서고 싶었다. 그는 신을 대신하여 그 자리에서 서서 신 노릇을 하고 싶었다.그는 스스로 진리를 선포하고, 삶의 균형을 잡아 보려고 애를 썼다.  


1. 깨닫는 자, 톨스토이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도 그런 시도를 하였다. 젊은 날 그는 기독교 신앙을 버렸다. 그는 오만에 가득 차서 스스로 인간을 가르칠 소명을 받았다고 믿었다. 그리고 신앙 없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가 쓴 '전쟁과 평화'(1869), ‘안나 까레니나’(1877)는 문학계에 단연 최고봉을 차지할 만큼 세계적인 걸작이다. 그가 최고의 정점에 섰다고 하는 순간 그는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았다. 1879년 그는 ‘고백’이란 책을 써서 자신의 마음을 꾸밈없이 드러냈다. "나는 한결같이 이렇게 살아갔고, 그렇게 나의 삶의 길을 걷고 또 걸어가서, 드디어 나는 하나의 심연에 이르러 내 앞에 놓인 것이라고는 멸망밖에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았다. 내 앞에 놓인 것이 괴로움과 적나라한 죽음, 즉 완전한 멸망뿐이라는 것을 더 이상 보지 않기 위해 눈조차 감을 수가 없었다." 톨스토이는 50이 훌쩍 넘어서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며 자신이 지금까지 걸었던 길이 잘못이었음을 뉘우치고 신 앞에 서기로 결심하였다. 내가 톨스토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위대한 작품을 쓰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자리에 있어도 자신이 잘못된 판단과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솔직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솔직 담백하게 마음의 아픔과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 속에서 진정 그는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한다.


2. 끝까지 고집부리는 자, 니체


니체는 어둠으로 덮여있는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기존의 모든 가치체계와 신앙을 휴짓조각처럼 버리고 자기 스스로 그것들을 새롭게 만들어보려고 하였다. 그는 과감히 무한한 흑암의 세계에 자신의 온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는 끝까지 허세와 허풍을 늘어놓는다. 자신이 마치 신인 양,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양, 자신을 추종하고 따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마치 이단 교주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어둠 속으로 용기 있게 들어가는 니체는 정녕 두렵지 않았을까? 그는 여자친구 오바베크 부인에게 이렇게 편지하고 있다. "나는 이제 그것(신앙)을 단념했으니, 나는 새로운 무엇을 창조할 것이며, 나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또 물러서서도 아니된다. 나는 나의 번뇌로 멸망할 것이다. 즉 그 번뇌가 나를 여러모로 혹사하고 있다. 나는 줄곧 허둥대면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니체냐 그리스도냐/ 게오르그 지그문트 지음 / 박영도 번역 / 열음사 / 27쪽) 결국, 그는 토리노에서 쓰러졌다. 더 이상 사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이상이 되어 쓰러졌다.


3. 빛 가운데 평안을 누리는 자, 어거스틴


어거스틴은 그의 '고백록'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하나님, 당신은 당신께로 향하도록 우리를 창조하셨기에 우리의 마음은 당신 안에서 안식을 찾기까지는 평안하지 않습니다."



니체의 또 다른 이야기들

1. 니체, 톨스토이, 어거스틴 - 어둠을 대하는 세가지 자세

2. 니체, 히틀러, 본회퍼

3. 니체 죽음을 말하다

4. 니체 그는 누구인가?

5. 니체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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