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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26. 2015

율곡 이이의 공부법

나는 78학번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꿈꾸며 세웠던 유신정권이 국민의 숨통을 쥐고 있을 때다.

고등학교 시절 매 주일 마다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하였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길을 가다가도 국기에 대한 경례 음악과 함께 낭랑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멈추어 서서 가슴에 손을 대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우리는 모두 애국자로 길러졌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서 몇 개월이 지나면 학생들은 모두 민주의 전사로 탈바꿈한다.

생각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몸이 바뀌었다.

그때부터 최루탄 가스 속에서 전경들과 몸싸움을 하였다.

공부하는 것보다, 연애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민주화 투쟁이었다.

신학대학인 우리 학교에도 늘 최루탄 가스로 자욱하였다.

단 한 학기도 제대로 수업을 마친 적이 없었다.

늘 리포트로 대신하는 수업이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불평하지 않았다.

생각이 바뀌고, 삶의 목적과 방향이 바뀌니까 몸이 바뀌었다.


율곡 이이(1536~1584)는 ‘격몽요결’에서 “만약에 (책을) 입으로 읽기만 하고 마음으로 체득하지 않고 몸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대로요, 나는 나대로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라고 하였다.

요즘 서점에 나가보면 재미있고 알아듣기 쉽게 풀어쓴 책들이 정말 많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You Tube를 살펴보면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너무나 좋은 세상이다.

율곡 이이(1536~1584)

그런데 아무리 마음으로 동의하고 인정한다고 해도 여전히 삶은 하나도 변화가 없다.

어제나 오늘이나 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학생 때 사상 교육받는 것과 비교해보면, 오늘날의 교육과 지식은 휴짓조각과 같다.

순간적으로 고개만 끄덕이고, 큰 웃음으로 '와!’하고 웃어도 그건 그때뿐이다.

여전히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며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간다.

왜 그럴까?

독서하는 것이, 공부하는 것이 모두 표피적이고 마음 속 깊이 자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영향을 받지 않겠다고 마음에 방패막이를 한 것 같다.


그러니 서점의 책들이 팔려 나갈 일이 별로 없다.

무엇을 읽어도 그때뿐이니 그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가벼운 책들이나 슬쩍슬쩍 읽을 뿐이다.

그거라도 읽으면 교양인이라 할 수 있다.

어디서 명 강의가 있다 하여 쫓아가 보면, 젊은이들은 찾아볼 수 없고 나이 많은 분들만 가득하다.

각자 자기 주관대로 살아가는 포스트모던 시대라서 그런가?


공부라는 것은 단지 지식을 쌓아서 좋은 직장을 얻고 돈 많이 벌기 위함이라면 정말 불쌍하다.

공부하는 것이 불쌍하다.

시험만 보고 나면 다 잊어버리는 공부를 위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이 불쌍하다.

공부를 통해서 내 삶이 조금이라도 변화되지 않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율곡의 말을 500년 전 고리타분한 말이라고 흘려 듣지 말자.

삶이 변화되는 공부, 몸이 변화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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