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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Oct 19. 2015

니체와 여자들

5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니체는 일생 여자들(할머니, 두 고모, 젊은 엄마, 누이동생 엘리자베스)에 둘러싸여 자랐다. 니체의 어머니는 평범한 여자였지만, 시어머니와 두 고모를 모시며 자녀를 키우는 처지에 자연 잔소리 많은 어머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동생 엘리자베스는 건강이 좋지 않은 오빠의 대리인 노릇을 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하였다. 니체가 좋아하는 여자가 나타나면, 언제나 엘리자베스는 중간에 끼어 방해 놓기 일쑤였다. 언제나 교사 노릇 하려는 여성들 사이에서 자라면서 니체는 예민하고 소심하고 여성적이며 날카로운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후일 하소연하기를 자신의 발달과정에서 남성적인 지성의 엄격함과 뛰어난 지도를 받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였다. 그가 자기 아버지를 그리며, 아버지뻘 되는 바그너를 맹목적이라 할 정도로 따른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니체를 가까이 아는 사람은 모두가 "니체는 자신의 성격과 태도에서 일종의 여성적인 측면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더 남성적인 철학을 추구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초인의 강인함을 주장하였지만, 자신은 언제나 여성들에게 의탁하였다.

그는 여자를 만나면 기가 죽고 소심해지기 일쑤였다. 그는 일생 5명의 여자를 사랑했다.

1. 첫사랑 헤드비히 라베

1866년 라이프치히에서 라베가 연극공연을 하는 것을 본 니체는 한눈에 반했다. 소심한 성격에 어쩔 수 없이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짝사랑하였다. 니체는 라베에게 사랑의 노래 한두 곡을 만들어서 부치고 설레는 가슴을 달랬으나 그녀는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첫사랑은 지나갔다.

2. 마음속의 연인 코지마(Cosiam Wagner, 1837-1930)

코지마

코지마는 바그너의 친구이자 지휘자이며 작곡가인 뵐러의 부인이었지만, 남편과 헤어지고 바그너를 따라 스위스로 왔다. 코지마는 리스트의 딸로서 바그너와 결혼도 하지 않은체 딸 이졸데를 낳았다. 니체는 코지마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연인 이상의 감정을 가졌다. 1890년 정신 이상이 된 니체는 코지마에게 ‘나의 여신’이란 이름을 붙여 한두 차례 엽서를 보냈다. 그는 정신과 의사에게 “나의 아내 코지마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소.”라고 말할 정도로 무의식 세계에서 그녀를 사랑했다.

3. 말비다 폰 마이젠부크

1872년 바이로이트에 머물 때 말비다를 잠시 만나다 1876년 가을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다시 만나 가까워졌다. 서로 호감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워낙 소심했던 니체는 적극적으로 대시하지 못했다.

4. 마틸데 트람페다하

1876년 마틸데를 만나 며칠간 사귄 후 네 시간에 걸친 산책 후 불쑥 청혼편지를 주었다. 그는 늘 그런 식이었다. 얼굴을 대하고 말할 자신이 없었던 그는 여자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청혼편지를 불쑥 건네는 식이었다. 그것도 마틸데가 제네바를 떠나기 하루 전날 저녁에 주었으니 답장이 올리 만무하였다.

5. 루 살로메

루 살로메

1882년 로마에서 매력적이고 지성적인 러시아 여인 루 살로메를 만나 호감을 느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요양하던 니체는 루 살로메에게 깊은 연정을 느껴 친구 파울 레에게 중매를 부탁했다. 그렇지만 파울 레 역시도 루 살로메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니체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런 부탁을 한 것이다. 니체는 살로메에게 두 번 청혼 편지를 주었지만, 두 번 다 거절당하였다.

니체는 결혼하여 안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여자들에게 여러 차례 거절당한 후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결혼은 철학자의 길에 놓인 장애물이다. 재난이다." 어느 위대한 철학자가 결혼하였느냐? 플라톤,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칸트, 쇼펜하우어 다 결혼 안 했다. 그가 아주 남자답게 말하지만, 그의 인생을 아는 사람들에게 그의 선언은 너무나 공허하다. 니체는 늘 내재하여 있는 여성성에서 탈피해보려고 더 극단적으로 남성적인 철학을 주장하였지만, 그의 삶 전체는 여성들에 둘러싸여 그들에게 기대며 삶을 영위하였다. 그는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인간적인 자립을 온전히 이루지 못하고 늘 방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