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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n 27. 2015

얄미운 여주인이 그립다

우리 동네에 아주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중국집이 하나 있다. 식당에는 커다랗고 둥근 상이 3개, 작고 네모난 탁자가 3개가 있다. 둥근 상은 예약 손님을 위한 것이고 작고 네모난 탁자는 불시에 찾아온 손님을 위한 것이다. 배달 서비스를 안 하는 이 식당은 예약 손님과 무작정 찾아온 손님을 눈에 띄게 차별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우 같은 여주인은 남자 손님과 여자 손님 또한 차별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돈 잘 쓸 것 같은 남자 손님이 오면 말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교태를 부리지만, 여자 손님에게는 무뚝뚝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 가게가 번창하고 잘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해물 누룽지탕 때문이다. 화교인 주인아저씨는 세계 중국 요리 대회에 나가서 여러 차례 상을 받은 실력자이다. 그의 밑에는 요리를 배우기 위한 문하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둥그렇고 커다란 철판 그릇 위에 찹쌀 누룽지 4조각을 놓는다. 그리고 각종 해산물이 가득한 뜨거운 탕을 부으면 치지직 소리를 내는데 그 순간부터 식욕을 자극한다. 양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맛도 일품이다. 누룽지탕을 좋아해서 맛있다고 소문난 중국집에서 여러 차례 먹어 보았지만, 결코 이 집과 비교할 수 없었다. 방배동 중국집, 연희동 중국집, 강남의 유명한 중국집. 어디를 가도 나를 만족케 하는 누룽지탕은 없었다.

가끔 교인들과 그 중국집 이야기를 하면, 어김없이 여주인의 불친절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예약 손님의 숫자에 따라 주문하는 음식도 정해져 있다. 그냥 예약만 하고 가서 주문하면 안 되냐고 말하면, 아주 냉정하게 안된다고 거절한다. 주문한 음식에 따라 반찬의 종류도 달라진다. 세상에나! 그게 뭐  얼마나 한다고 그런 차별을 두는지 모르겠다. 음식 하나 때문에 정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여주인은 자신만의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한다.

음식값도 비싸서 집안의 좋은 일이 있을 때만, 그 집에 들른다. 음식을 이것저것 시켜서 조금씩 맛을 보는데 역시 최고다. 둘째 딸 주애는 언제 한 번 양껏 누룽지탕을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였다. 몇 주 전 주애의 데이트 신청에 드디어 작심하고 단둘이서 그 중국집을 찾아갔다.

들어가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 여우가 보이지 않았다. 이럴리가 없는데….. 하면서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해물 누룽지탕을 시켰다. 모양새는 똑같았다. 그런데 맛이 달랐다. 
짰다!

“주인 바뀌었어요?”
“예!”

아 그 여우 같은 여주인, 불친절한 그 여주인이 그때처럼 보고 싶을 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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