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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n 26. 2015

오리와 잉어

요즘 큰 마음 먹고 아침에 불광천을 걷고 있다.

우리 교인들은 불광천이라 하지 않고 세느강이라 부른다.

아침에 걷는 불광천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코끝에 스치는 상쾌함이 신선하다.

힘차게 내뻗는 손과 발이 나의 건강을 더욱 증진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깨끗하게 정비된 하천에는 두루미와 오리가 있고, 물속에는 온갖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가끔 마주치는 교인들의 얼굴도 반갑기만 하다.

오늘 우리 교회 남자 집사님이 불광천에서 본 재미 난 사건을 이야기하셨다.

불광천 곳곳에 징검다리가 놓여 있는데 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집사님도 궁금하여 가보았다.

거기에는 어른 팔뚝만큼 큰 잉어가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들 틈 사이에서 오리 한 마리도 잉어를 구경하고 있었다.


갑자기 오리는 그 커다란 잉어의 등을 콕 찍었다.

먹잇감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고 호기심이겠지만, 오리의 도발적인 행동에 잉어는 깜짝 놀랐다.

순간 잉어는 힘차게 꼬리를 휘저었는데, 정확하게 오리의 머리에 맞았다.

그 커다란 잉어의 꼬리로 귀 싸다귀를 정통으로 맞은 오리는 휙 나둥그러졌다.

어질어질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비틀거리는 오리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남의 등을 함부로 찌르면, 큰 코 다치는 법을 오리의 작은 머리로는 알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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