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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08. 2015

멍청이의 바둑 한 판

나는 가끔 바둑을 둔다. 

목사가 바둑을 두면 참 한가로운가 보다 비웃을는지 모르겠다. 

내가 바둑을 두는 이유는 나 자신이 얼마나 바보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나름 공부도 했고,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면서도 때때로 생각지도 못할 멍청한 짓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땅을 치고, 가슴을 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 없는 법이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실감하기 위해서 바둑을 둔다. 


바둑을 두는 순간은 온 마음과 생각을 바둑판에 집중해야 한다.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의 방심이 곧 어이없는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별히 내가 자주 그런다. 

바둑에는 자충수가 있다. 

스스로 행한 행동이 결국에 가서는 자기에게 불리함을 가져오게 되는 수다.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바둑의 용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손따라) 두다가 망하게 되는 경우다. 


몽테뉴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어리석은 짓을 했다거나 어리석은 말을 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보다 넉넉하고 중요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 

우리 인간이 한갓 멍청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나는 오늘도 내가 멍청이임을 확인하기 위하여 바둑 한판을 두었다. 

그리고 졌다. 

가슴을 치며 말한다. 

나의 실수를 잊어버릴 때까지 다시 바둑을 두지 않으리라. 

내가 또 얼마 만에 바둑판에 돌아올지 나는 모른다. 

가능하면 최소한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을 줄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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