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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17. 2015

유익한 다이어트를 합시다.

5시 반.

어머니의 저녁 식사 시간이다.

어려서부터 훈련받은 덕에 5시 반에 식사하고 나면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물론 사회생활하면서 이 습관도 상황에 따라 무너질 때가 종종 있지만, 가능하면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런데도 나이 50이 넘어가니까 몸무게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조금만 과식하면 위가 부담스러워 가능한 한 절식하려고 노력한다.


식사 자리 때마다 듣는 소리가 있다.

“더 드세요."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시고 오늘은 허리띠 풀고 마음껏 드셔요."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에 고민하는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때로 야속하기도 하다.

'배부른 것보다 속이 편한 게 좋지.'

‘입에 단 것보다 건강한 게 좋지.'


중국의 문인 소동파는 ‘네 가지 조심할 일’이란 글을 썼다.

“수레나 가마를 타는 것은 다리가 약해질 조짐이고

골방이나 다락방은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어여쁜 여인은 건강을 해치는 도끼이고

맛난 음식은 창자를 썩게 하는 독약이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희 저, 푸른역사, 52쪽)


실학사상의 거두 성호 이익은 조선 시대 양반들이 많이 먹는 습성을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성호 이익은 쌀 한 톨 생산하는 데 일조하지 않고 공부만 하는 자신을 좀벌레 한 마리 같다고 하였다.

그는 밥 한 그릇 지을 때마다 쌀 한 홉을 덜어내어 가난한 자들과 나눈다면 나라의 식량 사정을 어느 정도 해결하지 않겠는가 제안한다.

선대가 남겨놓은 재산 때문에 먹는 것에 큰 걱정을 안 했던 성호 이익이 스스로 제안한 것을 얼마나 실천했는지는 모르겠다.


기독교의 전통 중에 성미 전통이 있다.

밥을 지을 때 쌀 한 숟가락씩 모아서 가난한 자들을 돕고, 가난한 교역자를 돕는 전통이다.

그것을 거룩한 쌀이라고 불렀다.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로 크게 고민 안 하는 시대라서 그런지 모아놓은 쌀에 벌레가 들끓는다고 아무도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

작은 정성을 모아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생각했던 신앙선배들의 전통은 이런저런 핑계로 서서히 사라져 간다.

그렇지만 오늘 밤에도 휘영청 불 밝혀놓은 야식 장사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가 돌봐야 할 사람들은 아직도 많이 있는데...

아프칸의 구멍가게를 지키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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