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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by Logos Brunch

대학 다닐 때,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은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 서설 해제’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하였습니다.

얄팍한 책이었기에 금방 읽을 줄 알았지만, 대학 2학년이 읽기엔 너무 어려웠습니다.

한쪽도 제대로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야 제가 한글 문해력이 매우 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다른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나오는 사람의 이름과 지명이 어려워서, 소설의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꾸역꾸역 읽었지만,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C.S. 루이스는 독서를 일종의 취미로 삼지 않고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그는 책 맨 뒤쪽 빈 페이지에 지도를 그리고,

인물 계보를 한두 개의 도표로 작성한 다음,

끝으로 어떤 이유로든 자신이 밑줄을 쳐 둔 모든 단락 끝에 색인을 만들었습니다(Lewis, p.162).

공부하기 위하여, 배우기 위하여, 분석하고 토론하기 위하여 책을 읽을 때는 유용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걸 따라 할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성경을 읽을 때도 C.S.루이스의 방법은 유용합니다.

성경의 지리와 인물 관계는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을 이해하고 연구하며 읽는 방법 외에 다른 읽기가 있습니다.

성경을 통하여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순수하게 문자로만 읽지 않고,

말씀을 통하여 나 자신을 읽는 것입니다.


내게 주신 말씀,

내가 깨달아야 할 말씀,

내가 순종해야 할 말씀으로 읽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임재하십니다.

말씀으로 나를 비추어보고, 묵상하면서 나를 새롭게 빚어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많이 읽고, 오랜 시간 읽고, 규칙적으로 읽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훨씬 좋은 것은 말씀의 샘에 깊이 머물러야 합니다.

영적 독서는 양보다 질이 훨씬 중요합니다.


Lewis C.S., The Reading Life(책 읽는 삶), 윤종석 옮김, 두란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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