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찾는 의미를 잃는 관계
우리는 오래된 건물을 상징할 때 거미줄을 연상하곤 한다
실제로 오래된 건물엔 거미줄이 잔뜩 쳐져있기도 하고 실제로 거미들은 인적 드문 오래된 건물을 애용하는 모양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워낙 낡은 집이었던 터라
거미가 매일 밤 내 머리 위에서 거미줄을 치곤 했다
밤에 잠이 안 와 가만히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걸 보고 있으면
참 고생이 많구나 위로하고는 했다
한 가닥 한 가닥 몸속에서 거미줄을 뽑아내는 거미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실을 뿜는다
그 실 하나하나 사연을 담고 시간을 담아 뽑아낸다
그렇게 실 한가닥 실 한가닥 뽑는 모습을 보다 보면
뭐 당연하지, 잠에 들곤 했다
그리고 눈을 뜨면 밤새 거미줄 한 그물 쳐져있었다
그 그물은 볼펜을 던지면 튕겨내고 종이 조각 던지면 붙었다
참 우리 세상과 닮아 있었다
각자 사연과 시간을 가져가는 실 한가닥과 같은 삶과 목숨들이 얽히고 얽혀 서로 의지하여 단단한 그물을 만들고
외부의 강한 의견은 튕겨내고
약한 자의 목숨은 꽉 쥐어 놔주지 않는 우리 사회와 같았다
마치 저 실이 내 목숨처럼 불안하게 이어져있었고
마치 저 그물이 나를 튕겨낼 것 같았다
우리는 때로는 너무
서로를 우러러보고
서로를 쉽게 믿는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저 자도 나만큼 약하고
저 자도 나처럼 불안하다
우리는 항상 서로를 이어주고
서로가 서로의 의지의 통로로
서로가 서로의 의미의 종착지로
항상 생각하고 의지하고 존중하는 그런 삶이
다시금 커다란 거미를 배불리 지 않을까?
그래야 다시금 거미가 거미줄을 단단하게 해 줄 거라는
그런 믿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생각하며 한 마디 외쳤다
”아, 머리 위 저 거미는 오늘은 살려둬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