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논술교사의 생각
대학시절 전화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전화벨 소리만 들려도 움찔하게 되었다. 이후 내 핸드폰은 무음이나 진동만 존재하고 벨소리는 알람 외에 울리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한참 동안 바라만 보고 끊기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통신사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전화 서비스도 1시간을 넘긴 적이 없었다. 나는 벨소리가 두려운 콜포비아다.
먹고살려고 국어논술 학학원에서 논술 강사로 일하고 있는데 겨울 방학이 끝나면서 학부모 상담을 진행했다. 핸드폰을 붙잡고 한참을 심호흡을 하고 기도를 하다가 그때부터 폭풍 상담을 시작한다. 막상 시작되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전화는 어렵다.
중3 학부모님들은 벌써부터 고등학교 걱정을 하시거나 자식이 열심히 하지 않는 부분에서 안타까움을 토로하신다. 중학교 학부모의 공통된 애로사항은 단연 집에서 말을 안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 조금만 노력하면 더 성장할 학생들이 보이는데 자신이 못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거기까지만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쉬움을 느낀다. 어머니의 마음은 모두 한결같지만 내 자식이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 같다.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 본다. 나도 공부하기 싫어하고, 놀기만 좋아했는데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밥 벌어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잔소리 섞인 격려를 전달하지만 매번 찔린다.
그래도 처음 왔을 때는 제대로 글도 못 쓰던 학생들이 버젓이 자기 몫의 글과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나름의 뿌듯함도 느끼며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인가 싶고 아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이미 여러 학원을 돌고 돌아온 애들이나 이제 여러 학원을 돌 예정인 애들을 보면 안쓰럽다. 학원에서 사교육을 하는 강사이지만 이게 맞나라는 의문을 가지며 아이들에게 매번 '고생한다고 힘내보자'는 말 외에는 그들의 노고를 치하할 길이 없다. 성적의 유무를 떠나서 고생하는 것 맞으니까.
이런 과정은 수능을 보기 전까지 3년이나 더 지속될 것이고, 요즘은 재수도 많이 하니까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응원이 더 많이 필요하겠지. 아이들이 수행평가를 위해 글쓰기도 준비하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힘을 얻는 글쓰기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책 읽고 글 쓰는 것 자체가 힘든 아이들이 다반수지만 오늘도 학생들이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내가 가르치는 것들이 그들의 삶에 한 조각이라도 의미가 있기를 매번 수업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