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1파운드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21 day: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 추천

by 박하몽
KakaoTalk_20260330_210730734.jpg 베니스의 상인 (왼 민음사/ 오른 문학동네)


<베니스의 상인>은 오래전에 읽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대학에 다니면서 연극을 전공해서 여러 작품을 봤기에 익숙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아마도 셰익스피어가 전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알려면 여러 번 읽고, 영문으로 읽어야겠지만 한 번쯤은 읽어볼 가치가 있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베니스의 상인>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32세 무렵이던 1956~1597년 쓴 비교적 초기 작품이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 친구의 구혼 비용을 마련하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리면서 생기는 위기와 지혜로운 여성 포셔의 재판으로 안토니오가 목숨을 구하는 법정 극형식을 가진 희곡이다.


총 5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베니스의 상인>은 사랑과 우정 외에도 자비와 법, 인종 차별이라는 다소 복잡한 문제들이 담긴 작품이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구조를 가졌으며 막과 장으로 구성되었다. 베니스의 상인은 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하게 각 막을 정리해 보겠다.


1막(발단)에서는 무역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가 부유한 상속녀 포셔에게 구혼하기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으며 유대인 고니대금업자 샤일록에서 3000 더컷을 비리며 안토니오가 기한 내 돈을 갚지 못한 경우, ‘살 1파운드’를 가져가겠다는 파격적인 위험한 계약에 서명한다.


2막(전개)에서는 갈등이 심화된다. 포셔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금, 은, 남 세 상자 중 하나를 고르는 구혼 시험을 진행 중인데 모로코 왕이 모셔에게 구혼하러 와서 금 상자를 선택해 실패하고, 아라곤 왕이 은 상자를 선택해서 실패한다. 그 사이 샤일록의 딸 제시카는 로렌조와 사랑에 빠져 도망치고 샤일록은 안토니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3막(위기)에서는 위기와 사랑으로 재판의 서막이 열린다. 안토니오의 배(재산)가 침몰했다는 소문이 돌고, 안토니오에게 계약대로 살을 가져가겠다고 고집하며 재판을 건다. 한편 바사니오는 포셔의 구혼 시험에 ‘납 상자’를 선태하여 포셔와 결혼하게 되고, 안토니오가 파산했다는 편지가 도착하고, 바사니오는 포셔를 남겨두고 베니스로 향한다.


4막(절정)에서는 재판으로 법정 신이 절정을 향해 간다. 법정에서 샤일록은 살 1파운드를 요구하며 터무니없는 조건을 비정하게 우기는 모습을 보인다. 남장한 포셔가 변호사로 나타나 처음에 샤일록의 권리를 인정하는 듯하다가 “살은 가져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샤일록이 계약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샤일록은 기독교인인들을 살해하려 한 죄로 재산의 절반을 몰수당하고, 바사니오는 변호사로 변장한 포셔인 줄 모르고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반지를 건넨다.


마지막 5막(결말) 화해와 결말로 바사니오와 그라시아노가 벨몬트로 돌아오고 포셔와 네리사는 반지로 남편들을 놀리다가 결국 사실을 밝히게 되며 안토니오의 배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연인들의 사랑과 우정을 확인하면서 끝이 난다.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담긴 희곡이면서 '권선징악'이 뚜렷한 희곡으로 유명한 <베니스의 상인>은 다양한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이 희곡에 중요한 축을 가진 플롯으로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대립과 갈등에 이면에 숨겨진 배경에 대해 살펴보겠다.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대립과 갈등은 중요한 메인 플롯이라면 포샤의 남편감 찾기는 서브플롯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친구 바사니오를 위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받아들이며 돈을 빌리는데 보증은 서고, 돈을 빌려주면서 갚지 못하면 살 1파운드(약 453g)를 베어낸다는 비정상적인 담보를 복수를 위해 내세운다.


샤일록은 안토니오를 미워하는데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다. 안토니오가 자신의 생계(고리대금업)를 방해고, 인격적으로 심한 모욕을 주었기 때문에 그에게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다. 안토니오는 베니스의 기독교인 상인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빌려줬는데 샤일론은 이자율 인하로 인해 고리대금업의 수익이 줄어들고, 손해를 본다며 미워했다.


또한 개인적, 인종적으로 안토니오는 평소 베니스의 리알토 거리에 있는 상인들 앞에서 샤일록을 “개”, “배교자”, “살인자”라고 부르며 모욕했다. 게다가 샤일록에게 침을 뱉거나 발로 차는 등 신체적으로 멸시하고 학대했다. 또한 안토니오는 유대인인 샤일록을 종교적, 사회적으로 차별하고 혐오하였다.


당시 베니스 사회에서 유대인은 기독교인들에게 차별받는 위치였으며, 샤일록은 이러한 오랜 차별에 대한 분노와 원한이 안토니오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안토니오에게 복수할 때만을 기다렸고, 샤일록은 <베니스의 상인>에서 악인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5막 재판장에서 샤일록은 재판을 받고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기독교로 개종하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내가 들었던 의문은 이분법적 사고로, 선과 악을 나눠서 복수를 하려는 악인은 선인에게 벌을 받는다는 결말이다. 끝이 정해진 것 같은 이야기로 보이고, 마지막이 급격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아쉬웠다. 게다가 포샤가 법정에 가서 변호사로 속이고 들어가서 살 1파운드를 내주어야 하는 위기에서 안토니오를 구한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샤가 재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은 ‘데우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뜻 보면 마지막에 급하게 위기가 해결되는 것 같지만, 준비된 복선(포샤라는 인물이 극 초반부터 지혜롭다고 묘사)과 계약의 맹점을 찌르는 법적 논리라는 점이 다르게 작용한다.(“살은 가져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말라”) 그렇기 때문에 하늘에서 개연성 없이 내려온 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버전은 피한 작품이다. 그나마 법적 논리라는 지점이 있었기에 걸리는 부분을 넘기면서 책을 덮었다.


민음사에서 나온 베니스의 상인 기존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시 형식의 대사를 우리말로 옮겼는데 우리말 운문 형식을 사용하여 다소 낯설 수도 있다. 이는 셰익스피어 극작품의 시적인 대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 그 가운데서도 음악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베니스의 상인, 민음사, 최종철 옮김, 5p)라고 옮긴이가 전했다. 그래서 일반 버전으로도 읽어보고, 민음사 버전으로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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