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덕후가 되고 싶었던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고백

22 day: 2026년 1분기를 돌아보며 2분기 맞이하기!

by 박하몽

오늘은 3월 31일. 2026년에 1분기 마지막 말이다. 한 달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지만, 1년에 1/4이 지나는 날로 나는 보통 1년을 보통 4분기로 끊어서 돌아보는 습관이 있는데 벌써 1분기가 지나고 4월이라니 놀라웠다. 정신을 놓고 산 것인지 아니면 너무 정신없이 산 것은 아닌지 1분기 결산을 해보자며 2026년 1월에 호기롭게 하고 싶은 일을 적었던 블랫저널과 8권의 다이어리를 꺼냈다.


KakaoTalk_20260331_183508880.jpg 다이어리 (위:왼부터 모닝페이지-블렛저널-업무일지-독서일지/아래:왼부터 5년 다이어리-일정다이어리-작업일지-작가일지)


다이어리를 보며 분기 정산을 시작했다. 1월에는 12월부터 이어왔던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1월은 연말부터 이어온 공모전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없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2월에는 겨울이 길어지면서 추우니까 몸이 움추러들고, 덩달아 마음도 움추러들어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계속하던 발레핏 운동도 쉬고, 겨울방학을 선포했다. 아이들에게만 방학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만의 겨울방학을 보냈다.


3월이 되면서 그동안 너무 놀았던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운동도 다시 등록하고, 방학으로 쉬었던 글모임도 다시 시작하면서, 계속 고민하던 100일 글쓰기도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업로드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에게는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 생각만 하다가 시작을 못하니까. 곰이 사람이 되는데 걸렸던 시간이 100일이 걸렸듯이 나도 빈둥거리는 자에서 글 쓰는 사람이 되고자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이 남아있다. 기록덕후들의 화려한 다이얼에 매료되어 8권이나 다이어리를 모았는데 화면 속 모습과 현실의 기록 사이에는 간극이 컸다. 살면서 다이어리를 이렇게 많이 써본 건 처음이다. 돌이켜보면 기록덕후들은 1년에 10권까지 다이어리를 쓰는데 어떻게 잘 정리하는지 궁금하다. 영상으로는 정말 잘 쓰는데 생각처럼 안되더라.


내가 쓰는 다이어리는 모닝페이지부터 업무일지까지 각자의 임무를 맡긴 8권의 다이어리는 색깔이 뚜렷한 다이어리도 있지만,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다. 다이어리를 이제와 다시 보니 무엇하나 제대로 쓰고 있는 게 없이 다 조금씩 건드려만 보고 오히려 정리가 안 되었다.


시작이 너무 창대했던 걸까? 끝은 제대로 망했다. 원래는 스티커를 좋아해서 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분산되고 보니 스티커를 어디에 붙여야 할지 고민하다 스티커들이 쌓였다. 그러면 다꾸할 다이어리를 또 따로 사야 하는 고민이 생겼지만, 그것만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이건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다.




문구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고, 만들어 보고 싶어서 새로운 문구샵을 자주 방문해서 구경도 하고 구매도 한다. 노트를 사고, 펜이나 스티커도 산다. 아날로그 감성이다. 요즘은 아이패드 하나로 모든 기록을 해결하는 스마트한 세상이지만, 나는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을 고수하면 미련스럽게 무거운 다이어리를 와구와구 들고 다닌다. 아마도 아이패드는 하나로 끝나겠지만.


그러나 나는 정성을 들인 손맛으로 한 땀 한 땀 꾸며 적어낸 나의 감성과 감정을 기록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좋다. 그때 그 순간에 모든 감각들을 몸으로 느끼는 것 같아서 미련스러울지라도 다이어리를 계속 쓰고, 꾸미고 싶다. 정말 품이 많이 들기는 한다. 또한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싶은데, 어쩌다 보니 다이어리 부자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내년에는 절대 다이어리를 많이 사지 않기로 반성했다. 하나라도 잘 꾸미는 걸로!!


KakaoTalk_20260331_183511886.jpg 4월 블렛저널 셋업, 달마다 셋업 하려니까 힘들다ㅠ


이번에 블렛저널에 분기 정리와 3월 한 달을 정리하고, 4월 셋업을 하면서 기록에는 정말 많은 에너지가 쓰인 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매일 꾸준히 기록한다면 좋겠지만, 나같이 에너지가 많지 않은 사람들은 한 번에 몰아서 하다 보니 너무 지친다. 그리고 셋업도 달마다 다시 해야 하니까 시간이 엄청 걸렸다.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며 써야 하는 것이 '기록'인 것 같다.


기록 덕후로 가는 길은 힘들겠지만, 나의 삶을 정리하고 돌아보는 기록은 이어가고 싶다. 아마도 저기서 몇 개 정도는 중도하차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꼭 써야 하는 것만 남기고 정리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미련하게 다 쓰려고 했다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12월을 맞을 테니까. 욕심이 앞섰던 1분기를 지나 이제는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을 것이다. 2분기야 기다려!!


KakaoTalk_20260331_183510349.jpg 여기서 멈춰버린 365 데일리 다이어리, 아무래도 이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답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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