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월 Sep 09. 2023

[나만의 가나다]

바위, 반달, 반성, 밤, 부끄럽다

[바위]

바위는 2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비바람을 막아주고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주는 존재이면서 

내 앞길을 가로막고, 나를 가두는 존재이기도 하다.

평온한 안식처에서 순종하며 살 것인가?

내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인가?

내가 성장함에 따라 바위는 깨뜨리거나 넘어서야 할 존재로 다가온다.


[반달]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모양.

만두, 바람떡

한 방향으로 먹을 수 있다.

빗, 각도기

한 손에 잡힌다. 

반달썰기 한 채소들

한입에 들어 간다.

텐트 입구

몸을 한번 숙이면 어딘가에 걸리지 않고 들어가진다.


[반성]

사과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행위.

미안하다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반성하는 표정과 태도가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이 게 보이지 않으면 그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


[밤]

한여름, 에어컨을 끄고 바깥 공기를 맞이하는 시간.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엔 밤에도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남아 있다.

밤에도 꺾이지 않은 낮의 기운 때문에 여름의 낮과 밤은 색으로만 구분될 뿐이다. 


[부끄럽다]

-머리 자른 다음 날 친구나 선생님이 내 머리카락의 변화를 알아챌 때 느끼는 마음.

(푸름이는 머리 자른 다음 날이면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그렇게 떼를 썼다. 머리 자른 거 아무도 모를 거라고, 알아도 괜찮다고 말해 줘도 막무가내였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머리 자른 거 모른 척해 달라고 당부의 말씀까지 드리곤 했다. 

이게 학교에 가니 사라졌다. 푸름이는 처음에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기가 머리를 잘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기분 좋아 했는데, 나중에는 서운해했다.) 

-바깥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동생과 함께 있는 엄마를 만났을 때 드는 마음. 

또는 바깥에서 가족과 외식하고 있는데, 친구 가족이 옆 테이블에 앉았을 때 드는 마음.

(깨꿍이를 데리고 한강에 다녀오는 길에 저 멀리 친구들과 놀고 있는 푸름이가 보였다. 푸름이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주고 싶었는데, 남편이 말렸다. 이럴 때는 모른 척하고 그냥 가야 한다고.

집에 돌아온 푸름이에게 멀리서 봤었다고 말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고 했더니 정말 잘했다고 한다. 이제까지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부끄러운가?)

-구멍난 스타킹, 얼룩이 묻은 옷을 입은 채 누군가를 만나야 할 때 드는 마음.

-나이들수록 점점 사라지는 마음.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가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