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반달, 반성, 밤, 부끄럽다
[바위]
바위는 2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비바람을 막아주고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주는 존재이면서
내 앞길을 가로막고, 나를 가두는 존재이기도 하다.
평온한 안식처에서 순종하며 살 것인가?
내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인가?
내가 성장함에 따라 바위는 깨뜨리거나 넘어서야 할 존재로 다가온다.
[반달]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모양.
만두, 바람떡
한 방향으로 먹을 수 있다.
빗, 각도기
한 손에 잡힌다.
반달썰기 한 채소들
한입에 들어 간다.
텐트 입구
몸을 한번 숙이면 어딘가에 걸리지 않고 들어가진다.
[반성]
사과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행위.
미안하다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반성하는 표정과 태도가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이 게 보이지 않으면 그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
[밤]
한여름, 에어컨을 끄고 바깥 공기를 맞이하는 시간.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엔 밤에도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남아 있다.
밤에도 꺾이지 않은 낮의 기운 때문에 여름의 낮과 밤은 색으로만 구분될 뿐이다.
[부끄럽다]
-머리 자른 다음 날 친구나 선생님이 내 머리카락의 변화를 알아챌 때 느끼는 마음.
(푸름이는 머리 자른 다음 날이면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그렇게 떼를 썼다. 머리 자른 거 아무도 모를 거라고, 알아도 괜찮다고 말해 줘도 막무가내였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머리 자른 거 모른 척해 달라고 당부의 말씀까지 드리곤 했다.
이게 학교에 가니 사라졌다. 푸름이는 처음에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기가 머리를 잘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기분 좋아 했는데, 나중에는 서운해했다.)
-바깥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동생과 함께 있는 엄마를 만났을 때 드는 마음.
또는 바깥에서 가족과 외식하고 있는데, 친구 가족이 옆 테이블에 앉았을 때 드는 마음.
(깨꿍이를 데리고 한강에 다녀오는 길에 저 멀리 친구들과 놀고 있는 푸름이가 보였다. 푸름이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주고 싶었는데, 남편이 말렸다. 이럴 때는 모른 척하고 그냥 가야 한다고.
집에 돌아온 푸름이에게 멀리서 봤었다고 말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고 했더니 정말 잘했다고 한다. 이제까지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부끄러운가?)
-구멍난 스타킹, 얼룩이 묻은 옷을 입은 채 누군가를 만나야 할 때 드는 마음.
-나이들수록 점점 사라지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