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다하는 시기

by 글짓는맘

그런 시기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끝이 나는 그런 시기.

그리고 그런 시간를 통과해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


인간 관계 자체에 애정을 쏟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에 좀 더 마음이 기운다.


혹 애정이 없다고 느껴지는 인간관계가 있다면,

그 사람이 원래 인간 관계에 애정이 없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더 이상 우리의 관계에 관심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소중하지 않으면, 사랑이 없으면

더 이상 애정을 쏟기도 시간을 쏟기도 싫어지니까.

그게 사람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놀랐다.

생각보다 내가 상대방을 더 크게 생각하고 있어서.

갑자기 멀어진 그 간극에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래서 오지 않는 연락을 붙잡아보려고

마음먹고 전화를 한 번,

얼마 후 더 큰 마음을 먹고 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랬든 상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완전히 잊고 살았단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렇게 자주 연락을 하던 사이였는데 말이다.


그 말이 진짜일까?

그냥 내 연락이 받기 싫었을까?

괜한 독심술을 부려보지만, 이내 통화를 하며 전화를 건 내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실망이 가득한채로 안부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여기까지였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후련함이 느껴졌다.

아, 역시 우리의 관계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확인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참 여전히 어렵다.


인간관계의 유효기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겠고,

그 끝이 자연스러울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쯤이면 친했던 누군가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일이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친구와 잘 지내라고만 하면서

정작 그렇지 못한 나 자신이 보인다.


친구와 잘 지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많지만

그랬던 친구와 잘 헤어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나부터 잘 헤어져봐야겠다.

자연스러워 질 그 시간동안 나에게 좀 더 집중을 해야겠다.

나를 생각하지 않는 상대방을 생각하느라 쓴 에너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관계가 참으로 허무한 것이구나.. 싶다가도,

또 마음이 잘 맞는 누군가와 함께 하면 즐겁다.


조금 더 가벼워지려고 한다.

가볍게, 가볍게.


너무 심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생의 대부분의 문제는 일상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때 일어나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어느 동화책에 나온 한 문장이 맴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때 만났던 한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며,

아마 그녀처럼 나는 완전히 그녀를 잊지는 못할 것 같다.

아이들과 복작거리며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다.. 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시간들을 통해서 우리는 조금 더 성장했고,

조금 더 나은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는 정말로 조금 더 성숙한 어른들의 이별을 해야겠다.

이별에 정답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자신이 서 있는 그 곳에서 잘 사는 삶을 바라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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