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결혼 안 할 거야

딸의 비혼 선언

by 솔트다움 박연희

“엄마, 난 결혼하기 싫어.”

“왜?” (내가 좋은 본을 못 보여줬나? 얘가 왜 이런 소리를 하지?)


“엄마랑 할머니랑 따로 살잖아.”

“난 엄마랑 따로 살기 싫어”

...


“난 아가 안 낳을 거야”

“왜?” (수술한 상처가 아이한테 충격이었나?)

“내가 아가 낳으면 엄마 할머니 되잖아. 엄마 할머니 되는 거 싫어.”


“할머니 되고 시간 지나면 하늘나라 가잖아.”

...


내 첫째. 내 첫 보물. 언제나 엄마 편이고 엄마맘을 알아주려고 하는 신기하고 기특한 내아가.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마음속 저 바닥까지 기억해서 몇 배로 돌려주는 내 새끼. 아이가 어린 마음에 멋모르고 하는 말이겠지만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엄마인 내 마음을 징... 하고 울린다. 내가 힘든 순간 날 붙들어준 너.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낳아주고 키워준 보답을 다 하고도 남는데, 아직도 이토록 엄마를 사랑한다 해주니 들을 때마다 감사하고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슬픔도 기쁨도 함께해 준 내 아가

첫째를 갖는 것도 쉽지 않았었지만 둘째도 참 어렵게 만났다. 시험관 시술을 실패하고 유산을 두 번을 하고 나니 세상이 참 구겨진 비닐 안에서 내다보듯,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까지 맺혀 구깃구깃 슬퍼 보였다. 아가를 만나는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다. 굳이 말해 뭐하나. 즐거운 일도 아닌데.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며 무덤덤하게 지나가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아프지 않을 수 없는 기억들이었다. 그 시간들, 그 작은 아가에게서 위로를 받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으니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멋모르고 시작했는데 아차 싶다. 의학용어들이 꼭 기괴한 외계어 같다. 잘못 발을 들였구나 생각했지만 이미 들여놓은 발.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나이다. 필기시험 가채점을 하고 아슬아슬 패스한 예상하고는 소리를 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때 내 눈앞에 그런 나를 보고는 방방 뛰며 웃고 있는 내 아가의 눈이 보였다. 유산하고 3일이 채 지나지 않아 치른 시험이었다. 희비가 공존하는 내 몸뚱이 앞에 그 작은 존재가 어찌나 나를 꽉 채우 던 지 웃다 말고 눈물이 났다.



소중한 가치에는 그만한 대우를 해주자

아이가 레고로 뭘 만들었다고 엄마랑 같이 놀아야겠다며 나를 자꾸 부른다. 뭘 만들고 이렇게 보여주고 싶어 하나 가서 들여다보니 앞 테이블에는 노트북을 오른쪽 테이블에는 책을 놓고 그 앞에 앉아 있는 레고 인형 하나가 보인다. “이거 엄마야?” 했더니 “응!” 이란다. 엄마는 맨날 컴퓨터 하고 책 보고, 컴퓨터 하고 책 보고 한다며 깔깔거린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반성을 해야 하는지 변명을 해야 하는지 너무 놀라 감도 오지 않았다.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정말 일하고 책 읽는 모습만 보여준 건가 미안했다.


일을 해야 하지만 진도도 빼지 못하면서 조급함에 습관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지 말자. 아이가 다음에 레고를 만들어 엄마를 부를 때는 책을 펼쳐 든 엄마 옆에 아가 인형도 같이 앉혀져 있으면 좋겠다. 소중하다 말만 하지 말고 느끼게 해주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