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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win Jun 25. 2019

#39 이슬람 국가(IS)에 이대로 납치당하다?

이스라엘

이집트 대사관에서 나오는 길

 이스라엘 에일랏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집트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한국인은 이집트 입국 시 사전 비자가 필요하므로, 국경지대인 에일랏에서 이집트 대사관에서 사전 비자를 신청해야 했다. 이집트 대사관에서 무사히 비자를 신청하고 돌아오는 날, 사건은 시작되었다. 


 이집트 대사관은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 비자를 신청하러 가는 길에도, 차들만 지나다닐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집트 대사관에서 비자 신청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스라엘 햇빛은 강했기에 나는 도스 없는 선글라스를 쓰고, 귀에는 음악을 들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봉고차 같은 밴이 지나가다, 길가에 멈춰 섰다. 동시에 키가 약 180cm 후반 정도 되는 덩치 있는 아저씨 3명이 내리면서, 나를 둘러쌓다.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는 '시리아', 'IS', '국경' 그리고 '납치'였다. 마지막에 떠오르는 ‘납치’라는 단어는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그 당시, 이슬람 국가(IS)에 대한 국제 사회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중동에서 이슬람 국가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에일랏이 요르단과 이집트로 넘어갈 수 있는 국경지대여서, 나 스스로도 순간적으로 긴장을 많이 했었다. 


 세 명의 아저씨가 나를 둘러쌓고 있는 상태에서, 히브리어로 나에게 계속 말을 했다. 나는 도스가 없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그들의 모습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다. 더불어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들이 하는 말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 순간 나는 머릿속에 ‘납치’라는 단어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뿌리치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로 ‘잡히면 죽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달렸다. 하지만 그들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에, 내가 도망가는 순간과 동시에 그들이 나를 붙잡았다. 당연히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살려고 발버둥 치면서 주변에 'Help Me'를 연발했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네가 이렇게 한적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그 찰나의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이대로 납치돼서 죽는 것인가?'

'저 새끼들이 나를 어떻게 죽일까? 총? 화형? 설마 칼로 목을...

'뉴스로만 나오던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태어나서 그렇게 발악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보다 덩치 큰 3명을 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은 나를 바닥에 눕히고, 그들의 무게로 누르면서 제재를 가하고 있었다. 그렇게 덩치 큰 아저씨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갑자기 내 손목에 차가운 쇠사슬의 느낌이 전해졌다. 설마 이것은 수갑인가? 고개를 돌리니, 수갑이었다.  


‘어라..? 수갑... 수갑???’

그래서 바로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Are you police....???' 그들은 바로 'Yes, We are Police...'라고 답했다.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아 살았구나...' 생각하며, 더 이상의 반항을 멈췄다. 경찰이므로 납치는 아니었고, 더욱이 이슬람 국가는 아니었다. 최소한 목숨은 건졌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수갑을 찬 상태로 그들의 차에 탔다. 


 차에 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중, 경찰 한 명이 나를 갑자기 때리기 시작했다. 그 경찰은 내가 발악하는 중, 나에게 몇 대 맞은 것이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그래서 수갑을 차고 있는 나를 상대로, 분풀이를 시작했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니, 한 대 더 때리며 얼굴에 침을 뱉었다. 순간 욱한 나 또한 그 경찰 얼굴에 침을 뱉었다. 더 화가 난 그 경찰은 흥분을 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내 손은 수갑에 묵혀 있었기에 나는 경찰에게 박치기를 했고, 그 경찰은 주먹질을 했다. 다른 2명의 경찰이 말렸기에, 싸움은 더 커지기 전에 진정되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경찰서로 호송돼 조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히브리어가 안 되었고, 경찰 조사관은 영어가 안 되었다. 통역을 해 줄 할아버지가 오는 데, 3시간이 걸렸다. 3시간 동안 수갑 차고, 이스라엘 경찰서에서 대기를 했다. 통역사가 오면서, 경찰과 나의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경찰: 어디로 가는 중이었나?

나: 이집트 비자를 신청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경찰: 왜 경찰로부터 도망을 쳤나?

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달라. 길을 가고 있는데, 경찰차 같지도 않은 밴이 갑자기 서서, 3명이 우르르 내리더니 나를 갑자기 둘러쌓다. 그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경찰 유니폼도 아니었고, 단지 회색 셔츠에 회색 바지의 사복을 입고 있었다. 또한 여기는 국경지대이고, 차로 국경을 넘을 수 있다. 순간 나는 그들을 납치범으로 오해했다. 나는 자신을 방어할 목적으로 저항한 것이다.

경찰: 그들이 분명 경찰증을 제시하면서,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나: 당시 나는 도스가 없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그들이 제시한 것을 못 보았고, 당황해서 그들이 하는 말도 못 들었다. 만약에 당신들이 정말 경찰이고 신분만 확인할 것이면, 왜 3명이나 내려서 나를 둘러쌓나? 한 명이어도 충분하지 않았나?

경찰: 이스라엘에는 당신 같은 아시아인 중에서 불법체류 아시아인들이 있다. 그들이 도망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통 3명 정도가 둘러싼다. 경찰을 때린 것은 큰 문제다

나: 그것은 나의 오해였고, 미안하다. 내가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수갑을 찬 이후로,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내가 때린 것만 얘기하는데, 나 또한 맞은 피해자다. 수갑을 찬 상태에서 그 경찰이 나를 때렸다.


 핵심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다행히 내가 신분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단순한 여행객이고, 수갑을 찬 여행객을 때린 그들의 잘못도 있었으니, 저의 오해로부터 비롯된 이번 일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다. 물론 이스라엘 출국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조사를 받고 나온 이스라엘 경찰서

 경찰서를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는 뉴스로만 봐오던 '테러'나 '납치'들이 나에게 일어날 확률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설령 ‘테러’ 또한 ‘납치’를 당해도, '어떻게 저렇게 이러이러해서 탈출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납치'는 아니지만 납치와 비슷한 일을 겪고 나니, 안전에 좀 더 신중해졌다. ‘테러', '납치' 이런 것들이 당장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런 방도 없이 안일하게 생각하며 돌아다닐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그럼 실제로 이것들이 나에게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될까? 반항을 해서 납치범을 뿌리치고 도망치는 것은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다. 납치범과 나와 일대 일의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발악하며 도망을 치겠다. 하지만, 과연 납치범들이 혼자서 움직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내가 호신용 칼을 들고 다녀도, 납치범들이 나보다 칼을 더 잘 쓸 것이다. 총만 안 꺼내면 감사해야 한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정말 최상의 방법이다. 

손목에 남아있던 수갑 자국

 수갑을 얼마나 강하게 조였던지, 수갑을 풀고서 한 시간이 지나도 손목에 자국이 남아있었다. 대한민국에서도 안 가던 경찰서를 해외 나와서 3번이나 갈 줄을 생각도 못했다. (이전에 두 번 간 것은 소매치기 신고하러, 캄보디아와 독일 경찰서를 갔다) 심지어, 경찰서 가서 찍은 머그 샷(Mug Shot)은 여행 다니며 찍은 최악의 사진 중 하나로 기억된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기억되지만, 그 당시에는 경찰에게 맞아서 부은 이마와 손목의 자국은 많이 아팠다. 그래도 이 경험 덕분에, 안전에 좀 더 주의하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끝으로, 통역사 할아버지가 해준 말이 기억난다. 


할아버지: 너 한국에서 트러블 메이커냐?

나: 아니다.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다

할아버지: 이스라엘 다시 올 생각 있냐?

나: 글쎄, 잘 모르겠다

할아버지: 이스라엘 재방문 시, 입국심사 때 입국 제한이 걸릴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아니다.

나: 올 일 없다. 이미 미련 없이 이스라엘을 다 둘러보았다.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끝으로 나는 결심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이스라엘 입국은 다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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