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문일침

이기심

by 파르헤시아

삼가 묻노니, 우리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여, 형제와 자매들이여, 친척과 벗들이여, 지금 우리가 무엇을 옳다고 할 때 과연 실심(實心, *진심 眞心)에 따라서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가? 혹시 체면치레로 옳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과연 실심으로 해야겠다는 것이 있어서 하는 것인가? 혹시 남을 따라서 겉치레로만 그러는 것은 아닌가? 무어라 무어라 소리치고 팔을 뽑아 기운을 돋궈 스스로 비분강개하는 그 속에 과연 악착스레 내 자리를 차지하려고 남몰래 꾀하는 것은 없는가? 이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느니 하면서 공명정대함을 주장하고, 이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느니 하면서 전체를 앞세워 말하며, 이것은 어떻고 저것은 어떻느니 하면서 일어나 학술에 대해 말하되, 그 가운데서 과연 남에게 드러내놓을 수 없는 어떠한 자기를 위하는 마음(自私念, *이기심)과 같은 것은 없는가? 그렇게 하는 자기만이 홀로 이를 훤히 알 수 있으리라...실심(實心)을 만만히 보는 그 속에는 자기만을 생각하는 마음(自私念)이 쉽사리 들어서게 되고, 그럴수록 실심에 대한 경시는 더해지며, 실심으로써 자세히 살펴보지 아니한 다른 사람의 학설이기 때문에 어느덧 자기만을 생각하는 마음에 의해서 이용당하게 된다. 오호라, 과거에 엎질러진 인과(因菓)가 이미 명백하거늘 이제 또 과거의 그 길을 다시 밟는다 말인가.


-정인보(鄭寅普, 1893~1950), 『양명학연론(陽明學演論),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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