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문일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헤시아 Oct 07. 2020

독서인

독서란 무엇입니까. 남들이 오랫동안 겪으면서 축적해온 지혜를 우리가 손쉽게 책을 통해서 자기 삶에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우리가 낱낱이 이 도시 저 항구로 몇 백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남들이 일찍이 겪으면서 축적해 온 그런 지혜를 책을 통해 자기 삶에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사람을 키우면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게 바로 독서입니다. 흔히 책에서 오는 기를 '서권의 기'(書卷氣)라 하지 않습니까. '서권기'란 독서에서 얻어지는 기개와 기상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 사람의 글씨와 그림에 서권기가 있다", 이런 말을 합니다. 이는 우연히 되는 것이 아니고 그런 명화와 글씨를 날마다 대하며 감상함으로써 그것을 창조했던 그 인격이 옮겨와서 내 자신의 서권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좋은 책(良書)은 베스트셀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베스트셀러는 한때입니다. 말하자면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책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합니다. 오늘날 고전으로 남아있는 책들은 모두 세월이 결정해 준 것입니다. 세월의 체에 걸러져서 남은 책들이 바로 양서입니다. 그런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리고 읽는 사람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합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사실 한 번 읽을 가치도 없습니다. 독서인은 양서(良書)와 비양서(非良書)를 가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양서와 비양서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 독서인입니다. 


-법정(수필 '책 속에 길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