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당신 편, 내 편, 진실.” -로버트 에반스(영화 제작자, 1930~2019)-
에코 챔버 효과(Echo Chamber Effect)에 대해서 위키백과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뉴스 미디어 또는, 소셜미디어의 정보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신념이, 닫힌 체계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증폭·강화되어, 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적으로 되풀이하여 수용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에코 챔버(Echo Chamber)는 원래, 소리의 잔향 효과를 위해 설치한 인공적인 폐쇄 공간을 말한다. 즉, 소리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고, 메아리로 다시 되돌아오는 닫힌 공간이다. 이러한 현상에 착안하여 미디어 비평에 에코 챔버가 비유적으로 도입되었다.
미디어 비평과 관련하여, 에코 챔버는 자신이 선호하는 관점이, 그와 반대되는 다른 관점이 존재하는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는 형태로, 마치 이데올로기가 투명한 원형의 방울 속에 갇혀 있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에코 챔버 효과는 닫힌 공간 속에서 메아리를 듣는 것처럼, 제공된 정보의 바다로부터 스스로 선호하는 관점만을 수용하여 계속 반복해서 듣고 보는 상황을 의미한다.
소셜미디어의 맥락에서, 에코 챔버 효과는 '생각이나 신념, 혹은 정치적 견해가 비슷한 마음가짐과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정보나 뉴스를 공유함으로써 기존의 신념이나 견해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화되고 또 증폭되는 상황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에코 챔버의 특징을 간추리자면, ①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 ②편향 동화(biased assimilation) ③호모필리(homophily) 등을 들 수 있다.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은, 정보의 사용자가 자신이 가진 기존의 태도와 신념과 부합하는 정보를 더 선호하는 반면에, 기존의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정보는 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진위의 여부와 상관없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본능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긍정성 편향' 심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편향 동화'(biased assimilation)는 정보 사용자의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노출된 정보를 대할 때, 사실의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자기 나름의 관점에서 기존의 태도와 의견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보를 접하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일방 해석해 버리거나, 자신이 선호하는 부분만 취사선택하고 그 외에는 무시하거나 아예 부정하는 현상을 가리켜, '편향 동화'라고 한다.
'호모필리'(homophily)는 비슷한 개체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경향성을 말한다. 즉, 사회적 신분, 직업, 의식, 교육 수준 등등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선택적으로, 끼리끼리 모여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사회적 심리현상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에코 챔버 효과와 관련하여 소셜미디어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로,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 있다.
필터 버블은 개인화된 검색의 결과물의 하나로, '웹사이트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인터넷 사용자의 과거와 현재의 검색 패턴에 기반하여,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선호하고 회피하는지를 미리 예측하여, 사용자의 관점에 맞지 않는 내용을 검색과정에서 아예 분리시켜서,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검색 결과물만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또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사용자의 성향에 맞게 맞춤 필터링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이미 필터링된 맞춤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 때문에 같은 단어를 검색할지라도, 사용자에 따라 제각각 다른 정보가 검색 결과물의 화면에 나타나게 된다.
에코 챔버 효과와 필터 버블의 큰 차이점은, 에코 챔버는 사용자가 제공된 정보를 스스로 선별하여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반면에, 필터 버블은 사용자의 관심사가 아니거나, 사용자의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정보의 제공 단계에서부터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린다는 데에 있다.
또, 에코 챔버는 사용자 스스로 선별한 정보를 통해 자신의 기존 신념과 태도를 확신하고자 한다면, 필터 버블은 사용자의 관심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보만을 제공함으로써 얻게 되는 수익의 창출이 가장 큰 목적이다..
필터 버블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소셜 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 기능으로 에코 챔버를 형성하여 사용자가 가진 기존의 태도와 신념을 더욱 확신시킴으로써 이른바 '확증편향', 즉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만드는 인지 편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확증편향의 강화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양극화와 급진화를 악화시키는 한 원인으로 자리 잡는다. 실제로 2018년 뉴욕대와 듀크대 그리고 브링엄 영 대학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의 소셜미디어에서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견해에 많이 노출되면 될수록 양극화 또는 급진화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지 편향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강화되면, 결국 기억의 왜곡을 초래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인간의 기억 장치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고, 우리의 믿음에 기초해서 일관된 이야기 구조의 형태로, 기억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만일 기억이 실제 사실과 다를 수도 있는 가공된 것이라면, 왜곡된 기억은 곧 '거짓 기억'이다. 즉, 그릇된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람들은 결국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며,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인간의 기억은 개연성과 일관성을 갖춘, 이야기의 형태로 저장된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이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발생했었다고 동조하고 집단적으로 믿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만델라 효과'(Mandela Effect)라고 한다.
만델라는 아프리카에서 인종차별 반대 투쟁을 벌인 남아공의 민주투사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1993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며, 1994년에 세계 최초로 남아공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은퇴 후 2013년에 95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그런데 의외로 수많은 사람들이, 만델라가 1980년대에 감옥에서 옥사했다고 회상하였다. 이에 동조하여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도 그러한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회상하였다. 이러한 '집단 거짓 기억' 현상을 '만델라 효과'라고 한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 또는 추측 혹은 상상이 믿음의 확신으로 집단적으로 확산되면, 집단의 힘을 얻은 거짓 기억이 그 근거가 되어, 거짓이 사실과 진실을 이기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굳이, 북한이나, 과거 히틀러 치하의 독일을 거론하지 않아도,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 '집단 거짓 기억'의 실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친일 매국에 가까운 국내의 사이비 극우들, 소시오패스에 버금가는 일베들, 그리고 중국 본토의 극우 공산주의자들과 일본 극우들을 보면 된다.
현재,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일당 독재로 지배하는 공산국가다. 중국 공산당이 현재에 있기까지 독재를 반대하는 중국 인민을 처형한 숫자는 대략, 1억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본 또한 만만치 않다. 2005년 홍콩문회보의 보도에 따르면, 1937년 일본의 중국 침략전쟁인 중일전쟁 이후 일본 패망 때까지,일본의 잔학행위로 사망한 중국인의 수는 2천 100만명, 부상자는 1천 400만명으로 공식 집계되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전체 인구 17억 명 중에 전쟁의 참화로 사암한 사망자 전체 (5500만명)의 38%에 해당한다.
또 일본이 과거 우리나라를 무단 강점하여 무력으로 통치하면서 저지른 만행을 포함하여, 태평양 전쟁 당시 학살한 민간인의 숫자와 만행은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다. 이게 역사다.
일본은 겉모양새만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었을 뿐, 국수주의의 성향이 강한 전형적인 전체주의 국가다. 일본 극우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집권세력으로써,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을 실질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극우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를 주도하였던 군국주의자들의 직계 후손들이다.
이 두 국가의 공통점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역사를 왜곡하여 어릴 때부터 공교육의 차원에서 미화된 가공의 역사를 주입하여 세뇌시킨다는 점에 있다. 또 지배 권력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언론을 독점 관리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가가 공권력으로 국민들에게 신념을 주입하고 세뇌시킨다는 점에서, 북한 인민과 비교해도 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공교롭게도 중일 양국은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국가 체제만 달리할 뿐, 국가의 정체성은 공히 전체주의와 국수주의가 혼합된 양상을 띄고 있다.
국수주의란, "국익을 다른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극단적인 자국중심주의" 혹은 더욱 단순하게 "자신의 민족국가에게 극단적으로 헌신할 것을 강조"하는 사상을 의미한다(위키백과). 국수주의는 전체주의의 주요 특성이기도 하다.
전체주의는 독일의 나치즘 또는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연상하면 된다. 과학 철학자 칼 포퍼는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궁극적으로 동일한 사상이라고 이미 통찰한 바 있다. 그 이유는 공통적으로 이념의 이상적인 실현을 위한 도구로써, 무소불위의 강력한 지배체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국가의 위험성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각설하고, 현대 사회는 워낙 복잡 다난하다. 또, 급변하기 때문에 현재에 적응하면서, 아울러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각자도생의 심정으로 변화에 맞게 배워가며, 하나하나 대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우리에게 미처 몰랐던 정보를 알게 해 줌으로써, 어쩌면 복잡 다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다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코 챔버와 필터 버블이 위험한 이유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는 전문가와 비전문가 따로 구분 없이 온갖 정보와 의견, 그리고 추측 또는 가공된 사실, 혹은 조작된 거짓 사실 등이 미처 검증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소셜미디어의 에코 챔버와 필터 버블이 이끄는, 확증편향, 선택적 노출, 편향 동화의 덫에 일단 빠지게 되면, 비록 입으로는 정의와 공정, 자유와 평화를 외치며 성숙한 민주 애국시민임을 자처할지라도, 자기도 모르게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도구가 되고, 자기도 모르게 왜곡된 신념의 신봉자가 되고, 자기도 모르게 매국하는 거짓 기억의 동조자가 되고, 왜곡된 자기 확신으로 자신과 세상과 사람을 기만하는, 자가당착의 모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넷플릭스 영화, '소셜 딜레마'(2020년)는 에코 챔버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에 다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비판적 사고와 올바른 분별력을 키우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올바른 개념의 이해는 인터넷 포털 검색이나 유튜브보다는 사전을 뒤지고 위키백과를 검색하는 게 더 확실하다.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데에는, 세계의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한 시각이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람과 배움 앞에서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내 신념이 제 아무리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할지라도, 무언가 불합리한 모순이 발견되면, 인지부조화 상태에서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앞서 그 신념을 수정하거나 필요하다면, 그 신념마저 기꺼이 버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곧 겸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202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