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지 않는 것을 나는 하고, 남이 하는 것을 내가 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행동을 하려 해서가 아니다. 오직 '선(善)함'을 택하였을 뿐이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나 역시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나 역시 하는 것은 맹종하려 해서가 아니다. 단지 '옳은 것(義)'을 따랐을 뿐이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아는 것'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깊이 알지도 못하고서 어찌 억지로 말할 수 있으랴. 두렵고 두렵기는 조금 재주가 있으면서 기운을 부리는 것이고, 민망하고 민망한 것은 전연 알맹이가 없으면서 말을 재잘거리는 것이다. 공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문장을 알아보는 법이고, 편견을 가진 사람과는 구설로 다툴 수 없는 것이다. 모방한 문장은 오히려 말할 수 있어도 가장한 도학(道學)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