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사랑하는 사람, 성난악어 그의 이야기

ROYAT 에디터 성난악어를 만나다

by HotstaR



PROLOGUE

향기는 보이지 않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누군가를 기억하게 하고, 공간을 채우며, 한 사람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보이지 않는 스타일링. 오늘은 향수를 단순한 '향기'가 아닌 '나의 일부'로 생각하는 ROYAT의 에디터 성난악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1. 향수를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향에 대해 유독 민감했던 것 같아요. 음식을 먹을 때도 먼저 향부터 맡았고, 어머니께서는 그런 저를 보고 종종 꾸중하시기도 했죠. 그정도로 저는 음식이 되었든 사물이 되었든 무엇이든지 향부터 맡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저는 어머니의 옷에서 나는 특유의 향을 너무 좋아했고, 초등학교 때는 좋아하는 방향제를 책상 서랍에 넣어두곤 했어요. 그렇게 향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쌓여갔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처음 사용했던 향수는 버버리의 위켄드 포맨이었어요. 부담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대학생 때는 CK One이나 존 바바토스 아티산을 정말 좋아했어요. 하지만 대학생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향은 향수보다 아베크롬비 매장의 향이었어요. 신기하게도 아베크롬비에서 산 옷에서는 며칠이 지나도 그 향이 남아 있었는데, 저는 그 향이 너무 좋았어요.








Q2. 향수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향수가 단순히 ‘좋은 냄새’ 그 이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군 복무 시절, 험악한 인상의 선배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날 따라 그 선배에게서 너무 좋은 향이 나는 거예요. 순간적으로 그 사람이 굉장히 남성적이고 섹시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그런 의미에서 좋아한 건 아닙니다. 웃음)

또 하루는 군 지휘관이신 단장님께 아침 결재 보고를 하러 갔는데, 그날따라 단장님께서 향수를 사용하신 거예요. 향수를 뿌리는 모습에서 “와, 이 사람 참 멋있다. 세련되었다. 신뢰가 간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이라는 조직에서 향수를 단순히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옷처럼 입는 사람’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부터 향수가 단순한 ‘향’이 아니라, 한 사람의 분위기와 태도를 대변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향수를 선택할 때는 과거에는 지속력과 발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TPO를 1순위로 둬요. 사실 요즘 나오는 향수들은 저가든 고가든 다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결국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어요. 그리고 두 번째 기준은 개성이에요. 요즘 비슷한 향이 너무 많다 보니,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향이 끌리더라고요.







Q3. 가장 좋아하는 향수 브랜드와 그 이유는요?


저는 킬리안(Kilian Paris)을 가장 좋아해요.

향수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싼 향수’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하이엔드 향수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봤는데, 처음에는 비싼 향수와 저렴한 향수의 차이를 명확히 느끼진 못했어요.


그런데 여러 향수를 경험해 볼수록, 확실히 고급 향수들은 특유의 깊이감과 무드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킬리안 향수만 해도 30여가지 되는데요. 요즘에는 킬리안에서 단종된 향수들을 수집해보고 있습니다.

킬리안의 향수는 어떤 브랜드로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개성과 무드를 가지고 있어요. 처음엔 그냥 비싸기만 한 향수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킬리안이 왜 좋은지”를 깨닫게 됐어요.


킬리안의 가장 큰 매력은 개성입니다.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개성있는 향들이 많아요. 그래서 향의 느낌 또한 ‘영한 느낌’이 없어요. 성숙한 어른의 향, 세련된 섹시함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죠.


그리고 향수 하나하나에 담긴 스토리텔링도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제 블로그에서도 킬리안에 대한 애정을 자주 표현하곤 했는데요. 앞으로도 킬리안에서 계속해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Q4. 시그니처 향이 있다면요?


이건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향수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하나만 고르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도 제 인생 향수를 하나 꼽자면 푸에기아 1833의 페이산두라는 작품입니다. 의외죠? 킬리안을 엄청 좋아하는데 막상 인생 향수는 푸에기아 1833의 페이산두라는 작품이라고 하니까요. 페이산두는 제가 군 복무 시절 새벽 시골길에서 느끼던 그 정취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향이었어요. 그래서 그 향을 맡을 때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역시 킬리안이기 때문에 킬리안에서도 몇가지를 뽑아본다면, 킬리안에서도 좋아하는 향수가 너무 많지만 세 가지만 뽑아보겠습니다.


첫번째는 '스트레이트 투 헤븐' 입니다. 럼과 패출리, 우디 노트가 축축한 나무가 떠오르면서 약간의 꼬릿함이 묘하게 관능적이고 중독성이 있는 매력적인 향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향수 뿐만아니라 스트레이트 투 헤븐 바디 로션까지도 구매하여 쓰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보드카 온 더 락스'라는 작품인데요. 알데하이드의 청량감과 스파이시한 노트의 조화로 시원하면서도 독특하고 세련된 느낌에 굉장히 남성미가 느껴지는 향수라고 생각이 됩니다.


세번째는 리쿼 라인의 '올드 패션드'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싱글몰트 위스키를 향수로 표현해낸 작품인데, 기존 엔젤스 셰어에서 달콤함을 조금 줄이고 서늘하면서도 우디한 향을 더욱 첨가한 향처럼 생각됩니다. 위스키 특유의 부지하면서도 서늘한 우디한 향이 조화롭고 너무나도 멋스러운 향수입니다.

그런데 이 세가지 향수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전부 다 시도니 랑세써가 조향한 작품입니다. 저는 시도니 랑세써님이 만든 작품들을 유독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Q5. 향수와 패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세요?


저에게 향수는 옷과 같아요.

매일 아침 옷을 고르듯이, 향수를 고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에요. 오늘 어떤 향을 입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참 행복해요. 향수를 잘 활용하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조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최대한 다양한 향수를 경험하면서, 자신과 궁합이 맞는 향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리고 향수를 뿌릴 때 저는 손목보다는 손등과 목 뒤, 의류에 뿌리는 편이에요. 발향력이 강한 향수는 옷장에 미리 뿌려두기도 하고, 가끔은 바지 밑단에 뿌리기도 해요.


또한 향수는 보관도 중요해요. 향수는 빛과 습도,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계절이 바뀔 때 사용하지 않는 향수들은 박스에 넣어 옷장에 보관하는 편이에요.





EPILOGUE

향수는 단순한 ‘향’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분위기, 스타일, 그리고 삶의 철학을 담아낸다. 오늘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향수가 단순히 좋은 냄새를 내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당신의 시그니처 향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오늘은 어떤 향을 입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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