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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Oct 18. 2019

아니 세상에 회사를 댕김서 딴 짓을 한다고? 에라 쯧쯧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를 읽고 리뷰해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기전에 대략적인 배경을 좀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론을 좀 장황하게 쓰고 책리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집중의

시대



생각해보니 어릴 적인 하나만 진득하게 파야한다는 소릴 엄청 들었습니다. 두 세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건 산만하고 정신사나운 것으로 치부되었죠. 학교에서도 그랬습니다. 이 과목 저 과목 번갈아 공부하면 '그러니까 성적이 안오른다' 따위의 소리나 들었었죠. 세상 모두가 원웨이를 외치고 있는 듯 했습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던 삶의 방향은 단순했습니다.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불과 15년 전 만해도 그랬습니다.


엄빠가 하란거 열심히 하고 영어유치원에서 아이 라이컨 애펄~! 을 꼬부랑발음으로 잘 외치면 영재반으로 들어갔다가 초등학교 때 상장 몇 개 받고 학원2,3개 패키지를 경험합니다. 중고등 학교공부 잘해서 내신 잘 나오고, 수시넣고 좋은 대학가야죠. 대외활동하고 학점관리하면서 후배들한테 꼰대조언 몇 번 하다보면 졸업이 다가옵니다.


자격증 준비하고 해외연수1,2년 다녀온 후 이름만 들어도 빛이 가득한 삼성현대씨제이에스케이에 지원해줍니다. 3,4번은 떨어져야 좀 인간미가 있으니 몇 번의 불합격을 경험한 후 페북에 세상의 부조리함과 취업난에 대해 슬퍼요 눌릴 글들을 좀 써봅니다. 그러다 어딘가에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낳고 승진하고 퇴직하고 치킨집차리고 손주돌보다가 돌아가는 것이 인생공략법이었죠.


평범하게 사는게 젤 힘들다 뭐 이런 말로 자위하면서 열심히 남들이 했던 공략법을 따라하며 왜 이게 안깨질까를 고민하는거죠. 답을 찾고자 강의장이나 자기계발서를 찾아보면


'야 그건 다 니가 노력을 안해서 그런거야 너가 병신인거라구! 김병만, 김연아, 박찬호, 박지성, 장승수, 이명박(?)' 등등을 봐. 존나 노력을 하니까 이렇게 위대해지잖아!'


이런 말 투성이었습니다. 우린 무릎을 탁 치며!


"아 시발..내가 으으지가 부족했구나. 내가 노력이 부족했구나! 더 긍정적인 마인드와 열정으로 세상과 당당히 맞서야 겠다!"


는 다짐을 했습니다. 조금 지나니 천번은 흔들려야 한다했고, 원래 아픈거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힐링캠프, 청년과의 대화, 토크콘서트에선 울분섞인 설움을 들어주고 고생했다를 연발했습니다. 울고 안아주며 우린 다 우주왕먼지니까 힘냅시다라고 말했던 시간도 기억납니다. 요즘엔 다 괜찮으니 맘대로 살자. 퇴사해. 너는 너대로 아름다워. 안아줄께. 대충살자 등의 얘기도 많았습니다. 보통 그런 얘기들은 푸나 티거, 인어공주, 신데렐라, 보노보노, 라이언 등이 해줬죠.


그리고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전문성!! 전문성!! 전문성!! 사람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선
딱! 전문적인 뭐 하나가 있어야 한다.


우릴 지배했던 삶의 대전제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인생 한 번. 하나에 올인. 꾸준히! 진득히! 한 곳에서! 뼈묻기! 이런 패러다임이 가득했습니다. 그것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세계경제가 이렇게 침체되기 전까진 말이죠. 버블과 기회가 가득하던 시절엔 어떤 회사에 있어도 몇 년 지나면 승진과 임원의 기회가 열려있었습니다. 존버야말로 고금리시대에 어울리는 자세였죠.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순간 청춘들은 새로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회사가 정년을 책임져주지 않는대.'



우린 불현듯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의문을 품기 시작했죠. 내 평생을 책임져주지 않는 곳에서 내 모든 영과 육을 쏟아부어야 하나? 우린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가. 난 부속품이 아냐. 나 답게 살고싶어. 회사와는 결국 계약관계일 뿐이잖아. 그렇게 국가와 사회를 위해 나를 버리고 헌신하며 살던 일의 시대가 저물어갔습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 일하는 시대가 다가왔죠.




시대를

말하다


이 책은 해시온팀에서 만들고 이선재님이 쓰셨습니다. 10월 10일 팩토리나인에서 출간되었죠. 작고 아담한 판형에 잘 읽히는 문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표지는 아주 예쁩니다. 제가 디자인했기 때문이죠. 저는 사실 이 책의 기획단계에서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개인적으론 책에 대한 애정이 과하고, 편향된 시선을 지닐 것입니다.


이 점을 양해하고 리뷰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이 책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변해가는 시대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고,

그 시대를 따라가는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이 두 번째겠네요.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에는 소위 대단하신 분들이 등장합니다.


외국계회사를 다니며 유튜브를 하고 계신 분,

은행에 다니시면서 2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신 분

대기업엔지니어지만 소설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


등등...


보통 이런 분들을 보며 드는 감정은 3가지 정도가 있는데 '부러움, 아니꼬움, 자괴감' 정도가 되겠습니다.


와 대단해!! 진짜 멋지다. 근데 난 못하겠어. 저렇게 하다가 회사에서 욕먹으면 어떻해. 그리고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업무 퀄리티 당연히 떨어지지 않겠어? 내 동료가 다크써클 그리며 출근해선 딴 짓하고 있다고 하면 개빡칠 것 같아.

와 같은 생각이들죠.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도 들 겁니다.


'회사가 널널한가?'

'돈이 많나?'

'체력이 무한인가?'

'치트키썼나?'


책에선 이러한 우리의 감정과 질문에 대해 차분히 대답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자기계발서이니만큼 크게 따뜻하거나 꿀잼은 아닙니다. 재미요소를 (개꿀잼-꿀잼-잼-노잼-핵노잼) 으로 나눈다면 노잼수준에 가깝겠네요. 하지만 드립커피를 놓고 적당히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이런 톤이 마음에 드실 것 같습니다.


책은 저자 본인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다른 분들의 인터뷰들이 다음 챕터에 이어지고, 이어 전반적인 정리챕터가 존재하죠. 개인적으론 인터뷰 파트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기도 하고, 익숙한 이름들도 나오니까요.

소제목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책의 내용을 간추려 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책을 사서 읽어야 더 꿀잼이니 간략하게만 말할게요.


1장. 언젠가 우리 모두 배에서 내려야 한다.


와... 잘 지었습니다. 이 소제목의 의미가 단순히 회사에선 노후대비나 정년퇴직이 어려우니 딴 일을 해보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배안에 타있을 때 우리는 선원입니다. 소속과 직함이 있죠. 하지만 배에서 내리는 순간 여러분은 자유인입니다. 개개인의 이름으로 불리고 각자의 살 길을 찾아야 하죠. 쉬림프로제파스타를 먹고싶어도 최저시급으로 약 2시간은 일해야 먹을 수 있습니다. 무엇으로 그 돈을 벌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죠. 서류 복사해오란 사람도 없고, 프로젝트 기획안 쓰라고 갈구는 사람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곁엔 졸라 편한 침대와 게임하기 딱 좋은 고사양 컴퓨터 뿐이죠. 이제 무엇으로 삶을 움직여 나가시겠습니까?


2장. 세상이 정해준 대로만 일할 필요는 없다.


이곳은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포기에 대한 이야기, 힘듦에 대한 이야기, 이기적인 이야기, 회사를 다니며 윈윈하는 이야기 등등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딴짓'에 대한 오해를 풀어볼 수 있습니다.

 

책 제목이 좀 아쉽긴 합니다. 제목만 보면 6시에 퇴근해서 한량이 될거라는 느낌이 들지만,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오히려 6시까진 '너를 위해' 열심히 하구요. 이후부턴 나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혹시 제목을 보고 혀를 차거나, 요즘 것들은 집중을 못하고 이것저것 들쑤시고 다닌다고 한심하셨던 분들이라면 이번 챕터의 내용이 꽤나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하셨던 분들은 딴짓을 하면서 회사일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고 했어요. 딴짓이 아무리 성공하고 잘되도 지금 당장 퇴사하고 그 일을 전업으로 삼을 생각은 아직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퇴사를 위한 딴짓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하는 시간을 추가로 만드는 겁니다. 당연히 일은 두 배입니다. 회사일도 열심히 해야하고, 딴 짓도 열심히 하니까요. 몸은 힘들 수 밖에 없죠. 모든 분들이 다 몸이 힘들다고 외치시더군요. 다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요즘 PT를 받고 있는데 런지와 스쿼트를 몇 백개씩 하고 나면 아주 다리가 찢어질 것 같습니다. 이틀 정도 쉬면 낫는게 아니라 근육들이 나를 죽일 것 같죠. 이걸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시 스쿼트를 100개 정도 해주는 겁니다. 엄두도 안나고 세상 그런 일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의외로 쉽게 할 수 있고. 이 후엔 다리통증도 훨씬 덜해지더라구요. 마냥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만 보고있는게 쉬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나태와 쉼은 다른 개념이니까요.


이 분들이 택한 건 맘의 휴식입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맘이 뜨거워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거죠. 몸에겐 좀 죄송합니다.

본문 중



3장. 적당한 거리에서 회사를 좋아하는 방법


이전 시대가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회사와 동행하는 느낌입니다. 좀 친한 지인정도의 거리에서 말이죠. 함께 있을 땐 최선을 다하고 연락 안할 땐 안하고. 일에 매몰되지 않고 나의 욕망을 바라볼 여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1달간 일집유튜브일집유튜브 이외에 아무 변화도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눈여겨 볼 챕터입니다.



책을 펼치기 전엔 여러분들은 잠시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간혹 이런 종류의 도서는 '이렇게 살아야해!' 라고 강요하는 듯 들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책의 태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담담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도입니다만, 여러분의 오늘 기분에 따라서 다르게 들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라는 호기심어린 마음으로 보시면 최적일 듯 합니다. 혹은 이미 회사에서 조금 번아웃이 왔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고 있는 경우라면 아주 훌륭한 도서가 될 겁니다.


혹시 휴먼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삶에 약간 의문이 듭니까? 내 삶이 회사에 묻혀 말라비틀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까? 혹시 5년 전에 하고 싶었던 걸 아직도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진 않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의 손엔 이것이 들려있어야 합니다.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리뷰였습니다.


https://bit.ly/2Mxgs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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