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출간했던 5권의 책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제가 오늘 합정 교보갔다가 좀 우울해져가지고. 그래도 한동안 평대에 잘 놓여있던 책들이 이젠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갔나 했더니 벽에 꽂혀 얌전히 봉인이 풀릴 날을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간만에 출간한 책들이 잘 지내고 있는 지 궁금해졌죠. 우선 5권의 책을 어떻게 냈는 지 간략히 설명해드릴게요!
Q. 그래요. 첫 책은 어떻게 내셨죠?
A. 그것은 바야흐로 2017년이었구요. 브런치에 뭔 글을 하나 썼는데 빵 터졌어요. 1주일 뒤에 부키라는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이 왔고, 그게 책 제작의 시작이었죠.
Q. 첫 책을 쓰신 경험은 어땠니
A. 이건 뭐야..존대야 반말이야. 여튼... 힘들었죠. 첫 책을 쓸 무렵 저는 부산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송도해수욕장 앞에 엄청 큰 투썸이 있는데, 거기가 딱 오션뷰거든요. 겨울이라서 가뜩이나 넓은 카페에 아무도 없었어요. 2달 프로젝트 하는 내내 바다를 바라보며 첫 책을 쓸 수 있었죠.
Q. 첫 책은 잘 됐나요?
A. 안됐죠. 그 땐 책만 내면 출판사에서 다 해주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벙쪄가지고... '왜 안해주징...?' 이러고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알고있어요 :) 책은 쓰는 것보다, 파는 게 더 빡세다는 걸.
Q. 나머지 책은 어떻게 계약하게 됐어요?
A. 거의 브런치에 어떤 글 쓰면...그거보고 연락주셨어요. 5권 모두 브런치에서 뿅! 탄생했어요.
'기분벗고 주무시죠.'는 제가 멘탈 안좋을 때 썼던 에세이같은 위로글이 좋았다고 출판사 대표님이 연락오셨고,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는 RHK에디터님이 정말 간절히 출판하고 싶어하시던 기획안이 있었는데, 마침 제 글이 그 주제와 맞아 떨어져서 연락주셨고
'어느 날 대표님이...' 는 7회 브런치북에서 수상해서 출간한 거.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는 콘텐츠 관련해서 10가지로 뭐 정리해 놓은 글이 있었는데 그게 발단이 되서 출간이 된 책이에요.
Q. 책을 쭉쭉 잘 쓰시나봐요. 천재이신가요?
A. 질문이 되게 위험하네요. 천재는 아니고. 글을 빨리 츅츅 써내는 능력이 있어요. 물론 요즘엔 좀 슬럼프(?) 비슷한 시기이긴 하지만... 보통 책 한 권 쓸 때 18만자 정도를 쓰거든요? 6,000자 x 30꼭지 정도를 보통 분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원고 탈고하는데 3,4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3일에 1꼭지 정도 쓰는 셈인데, 실제로는 그렇게 규칙적으로 쓰진 않고... 초반에 하루에 한 꼭지씩 쭉쭉 쓰다가..나중에 지쳐서 좀 쉬는 시간을 가지곤 해요. 그러다 또 쭈우우욱 쓰고.
Q. 인세 얘기를 하고 싶은가 본데 돈 많이 버셨어요?
A. 많이 벌었으면 이런 글 못쓰죠. 못 벌었으니까 제목으로 쓴 거에요.
Q. 그럼 왜 그런 제목을 했어요? 어그론가?
A. 비슷해요. 아무래도 성과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게 숫자 아니겠어요. 어그로 끌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모처럼 집청소하다가 집에 걸어놓은 제 책들을 가만히... 보게 됐거든요. 쓰면서 힘들었던 기억도 나고, 재밌었던 기억도 나고. 책이란 게 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지기 마련이긴 하지만... 저에게까지 잊혀지면 안되니까요.
Q. 다음 책은 계획이 없어요?
A.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6번째 책을 계약했다가... 에디터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못쓰겠다고 스탑했었어요. 정말 그 때는 한 꼭지도 못 쓰겠더라구요. 걸레 쫙 쥐어짜면 물 한방울 간신히 나올 정도로 말라비틀어진 그런 느낌이었어요. ㅠㅠ 책이란 게 한 번 쓸 때마다 몇 년치 경험을 쏟아붓게 되는터라... 소진이 심했나봐요. 하지만 내년 정도엔 (물론 기회가 와야 쓰는 거지만...) 한 권 정도 더 써보고 싶어요!
이제 각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드릴게요.
ABOUT
음. 지금은 브랜딩 그런걸 딱히 하고있진 않지만, 한참 브랜드 디자인한다고 고군분투 했을 시절 배웠던 걸 우르르르르르르르르 쏟아넣은 책이에요. 사업 초창기 때는 클라이언트 사무실에 직접 컴퓨터 들고 들어가 상주하면서 일했거든요. 제가 그 때 봤던 브랜딩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어요. 정말 말 그대로 '일' 이었죠. 누군가는 짜증이 나고, 사내정치에서 휩쓸리고, 누군 피보고 있고... 그리고 브랜딩은 정말 사소한 것에서 쉽게 무너지기도 하더라구요. 회사의 모든 액션이 곧 브랜드라는 관점에서 출발했어요.
그래서 추상적인 브랜딩이야기보다... 채용공고, 콘텐츠, 창고정리, CS대응, 제품제작, 오프라인행사 까지... 회사에서 생길 수 있는 대부분의 액션에서 브랜드를 지키는 방법들을 좀 정리해봤달까요.
RESULT
2020년 6월부터 지금까지 약 8,000부 / 5쇄
= 10,784,437원
제 책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아이입니다. 음.. 잘한 점과 못한 점을 꼽자면... 일단 중쇄찍었으니 그건 간신히 잘한 것 같아요. 내용도 꽤나 성의있게 꽉꽉 채워넣었던 터라... 개인적으론 꽤나 저를 대표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아쉬운 점은 역시 판매량이죠. 보통 출판사 입장에서 BEP넘기려면 2만 부는 팔아야 한다는 소문같은 명제가 있어요. 원래 목표량도 2만 부였는데... 사실 목표량엔 한참 못미쳤어요. 더욱 아쉬운 건 이 무렵이 딱 코로나 터졌을 때와 맞물려서... 북토크나 강의의 뽐뿌를 많이 받지 못했어요.
ABOUT
이건 브랜딩이 아니라...딱 영업!! 하던 제 20대 시절의 경험과 지식을 끌어온 책이에요. '세일즈'라는 영역을 다뤄보고 싶다는 에디터님의 소망과 맞물려서 탄생한 책이죠. 그래서 셀프브랜딩 이런 단어가 아니라. '자기영업' 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으로 접근했었어요.
분명 우린 다들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능력을 어떻게 돈으로 만들고 팔아야 할 지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팔리는 능력으로 변환하는 방법들을 모아 본 책이었고, 쉽고 재미있게 써져서 스륵스륵 읽기에 참 좋은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ZMTx8Ul7fnc
이 책으론 신사임당님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기도 했었어요 ㅎㅎㅎ 너무 재밌었던 촬영!
RESULT
2020년 2월부터 지금까지 약 5,000부 3쇄
= 4,738,960원
근데 생각보다 그렇게 엄청 나가지 않았죠? 표지는 엄청 이뻤는데... 아무래도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팔으라고 했는데 정작 내가 못 팔았어..............허어.. 이 때 좀 더 마케팅을 했음 얼마나 좋았을꼬오... 이 책이 초반화력이 엄청 좋았거든요. 출간 한 지 이틀만에 2쇄찍고 분야2위까지 올라가고 막..난 아파트 살 줄 알았어.
이 때의 문제는 뭐였냐면 책 낸 시점을 보면 이게 2월에 나오고 '어느 날 대표님이...'가 6월에 나왔거든요. 너무 반 년만에 두 권의 책이 나오면서 뭐 하나에도 집중을 못했던 거에요. 딱 이 책 출간할 때 한참 다른 책 원고 쓰고있었을 때라... 생각보다 많이 애정을 주지 못해 미안한 책 중 하나랍니다. 초반에 여세를 몰지 못했어... 여러분 한 방에 터뜨리세요...
ABOUT
이 책은 제가 연예인병 걸렸다가 일반인으로 복귀하면서 겪었던 자기성찰과 반성...불안한 멘탈과 여러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시기에 쓴 글이에요. 사업을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 왜 예전 콘텐츠를 뛰어넘지 못하지.. 더 터지는 글을 써야해!! 이런 압박과 불안들이 가득했던 시기였죠. 2018년 겨울무렵이었어요. 이 때 만났던 권미경 대표님은 꽤나 위안같은 말들을 많이 해주셨고, 부드럽게 출판으로 이어졌던 책이에요.
무작정 괜찮아, 잘될거야, 여행가, 아무것도 하지마, 퇴사해.. 라는 메시지보다 현실에 발을 딛는 에세이를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용이 좀 지극히 현실적이랄까요. 15년 내내 여기저기서 자취했던 시간. 몸도 상하고 맘도 상했던 고군분투의 시간들이 남긴 나름의 깨달음을 담아놨던 이야기랍니다.
지금보면 어우... 이 감성뭐야 싶은 느낌이 간혹 있지만 뭐 ... 소중한 삶의 편린같은 거죠.
RESULT
2019년 2월부터 지금까지 약 4,500부 3쇄
= 3,486,261원
아무래도 열심히 홍보를 하지 못했어요. 약간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았던 터라 좀 부끄럽기도 했고... 에세이였던 터라 특정 대상에게 뭔가 정보를 주는 게 아니었거든요. 이런 책은 홍보가 더 어렵더라구요. 좀 정성적인 메시지들을 많이 뿜었어야 했는데... 저는 그런 걸 좀 낯간지러워해서..(지금은 되게 잘할 수 있음!! INTJ는 가면을 잘씁니다!!)
근데 출판사 얘기 들어보면 아주 가끔 갑자기 팔릴 때가 있대요. 그건 뭘까요. 저도 궁금..
ABOUT
가장 최근에 쓴 책이죠! 이 책은 저의 중간점검 겸사 썼던 책이고... 콘텐츠에 대해 좀 겸허해질 무렵 썼던 터라 글이 굉장히 조심스럽고 방어적이에요.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쓸 때까지만 해도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주의였거든요. 근데 이 책 쓸때는 반대가 된 상태였어요. 차라리 무플이 낫다. 라는 생각으로요.
제목은 자극적이지만...실제 내용은 터지는 콘텐츠를 쓰는 노하우보단(그런 게 어딨겠어요.) 하루하루 괴롭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이나 위험한 콘텐츠로부터 제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들이 더 많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MANQKNPw3C8
이건 비스타의 김인숙 작가님과 라이브했던 게 가장 재밌었던 것 같아요. 분명 술을 안먹었거든. 근데 왜 토크에서 술냄새가 나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여튼 꽤나 진솔하고 책에 가까운 얘기를 했던 시간이었어요.
RESULT
2021년 3월부터 지금까지 약 5,000부 2쇄
= 5,093,600원
이 책 쓰면서..되게 에디터님에게 많이 징징댔어요. (그래서 퇴사하신건가!!!!! -ㅇ-) 아니 터지는 콘텐츠를 나도 못 만들고 있는데.. 이런다 저런다 말하는 게 너무 부담되기도 했고...이 무렵 제가 글에 대한 자기검열이 꽤나 심해지던 시기였거든요. 물론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이 정말 쭉쭉 안써지더라구요. 여러모로 허덕대며 원고를 마무리 지었어요.
홍보도 거의 못했어요. 정말 이건 출판사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제가 오히려 죄송할 따름입니다.ㅠㅠ 이 친구가 좀 잘 나갔으면 저도 여러가지로 기회의 발판이 생겼을텐데... 딱 홍보해야 할 무렵에 엄청 바빠지기도 했고.. 자신있게 홍보하기엔 저도 좀 마음이 많이 쫄아있었고.
책을 잘 팔려면 의외로 철면피여야 하나봐요. 정말 물집잡힐 정도로 뛰어다니면서 홍보해야 잘 팔리는 거거든요... 그런 노력을 하지 못했어요. 아숩..
ABOUT
사실상 첫 책이에요. 원래는 '디자이너 사용설명서' 라는 책으로 나왔다가.. 그게 초판 겨우 나갔거든요. 이제 중쇄찍어야 하는데 출판사측에서 '좀 더 내용보강하고, 제목이랑 이런 것도 바꿔서 새롭게 내자!' 라고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2년 만에 새롭게 각색해서 쓴 책이었죠. 내용도 1/3가량 뜯어고쳐서 거의 새 책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어요. 문체도 전부 바꿨거든요.
거국적으로 기획한 것 치곤..반응이 그리 좋진 못했어요. 주독자층은 클라이언트였는데.. 사실 클라이언트는 이런 책을 잘 사보지 않았고, 디자이너들은 청자가 아니었던터라 그들에게 딱히 뭔가 정보를 주지도 못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재는 참 좋았는데 말이죠.
많은 깨달음과 반성, 경험의 기반이 되어주고 장렬히 벽면에 꽂혀버린 비운의 아이. 이 친구를 다시 되살릴 방법이 없을 지 여러모로 고민이 된답니다.
REULT
사라졌어. 메일이 어딨는 지 못찾겠어요... 거래내용으로 찾아보니 약 400만원 정도가 지금까지의 총인세였어요.(선인세 포함)
책을 하나 쓴다는 건 꽤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경험과 지식이란 상상 이상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책을 쓰려면 머릿 속 여기저길 뛰어다니며 그걸 모아야 해요. 모은 다음 쥐어짜야 액기스가 나오는데... 그게 겁나 아로마오일 마냥 몇 방울 되지도 않아. 그런 것들이 그득그득 모인 것이 책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미팅가면 종종 한 권씩 드리곤 하는데... 문득 내가 내 책을 생각보다 그리 애정해주지 못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내가 쓴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였을까요. 사실 인세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그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뭐...막 진짜 잘 나가는 분들은 몇 천만원, 몇 억씩도 받아가시지만 그건 정말 어떻게 하는 건지도 알기 어려운 영역인 것 같고.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만들어냈던 소중한 콘텐츠들을 아끼고 퍼뜨리고 애정해주는 일인 것 같아요. 6번째 책을 쓰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친구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게 더 좋은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새로운 책을 쓰는 건 이 전의 작품들을 버리는 게 아니라, 새 책으로 과거의 작품들까지 레버리지 하려는 마음이거든요.
오랜만에 제 책이나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그것은 마치 녹음된 내 노래를 듣는 것같은 오글거림이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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