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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n 01. 2023

널 죽이려는 게 아니야 멍청아

달리기의 역설

달리기에 대한 얘길 들었다.


뛰기 시작하고 처음 15분 간은 심박수가 평소의

2배 이상 뚜근뚜근 뛰기 시작하는데

몸은 이걸 보고 화들짝 놀래고 만다는 것이다.


으아아아 갑자기 왜 이래 날 죽일려나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체감상 향후 10년치 호들갑을 몰아서

망상해버리는 느낌이다. (왜 그래 진짜)


그만뛰어 그만뛰라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땀을 주룩주룩 내며

그..그만 이러다 다 죽는다고 오바육바를 떠는데

이 수준이 거의 발작에 가깝고 사람을 몹시

귀찮고 현타오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15분 정도가 지나면

지방을 태우기 시작하며

묘하게 심박이 안정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엄살은 멈추지 않고

다소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아이고 난 종아리가 아프다, 무릎이 쑤신다

아이고 발목이 아프네, 어깨가 결린다


골병든 닭마냥 여기저기 평소 안좋은 곳들을 강조하며

간접적으로 신경쓰이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산책가는 줄 알았는데

지 맥주만 덜렁 사오는 주인을 바라보는

우리집 강아지처럼 개삐진 옹알이처럼

엄살을 엄살을 세상 엄살을 다 부리는 작전.


여기서 유혹에 넘어가면 망하는데,

더 뛰고싶다면 온몸의 잡소리들을 무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30분이 지나고 나면 우디르급 태세전환을 보여준다.


헤헤 기분좋아 를 연발하며

급격하게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헤롱헤롱대는 것이다.

피할 수 없으니 체념 내지는 변태처럼 즐기기로

것인가. (우린 미쳤어 히히히)


이 땐 심박도 호흡도 통증도 안정되고

심지어 묘하게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앗싸리 이렇게 된 거 망가져버리자는 심산이다.


런닝이 끝나면

더 뛰어!! 더 뛰라고!!... 난 아직 뜨거운데 왜애....



하며 질척거리는 것이다.

더 움직이라고 체온을 쉽사리 떨어뜨리지 않는다.

달리기는 멈췄지만 몸은 관성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기분좋아 히히히 카타르시스에 취해

업텐션을 유지하더니, 다음 날은


어어어..난 죽는다. 난 죽어..아무것도 할 수 없어


를 외치며 오만 엄살을 피우고 만다.

그리고 다시 뛸라치면 또 나 죽는다 나 죽어를 연발하며

바닥에 드러누우려고 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몸 입장에선 매일매일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도대체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건강이란 건 보통 몸을

극한의 공포와 제발 이러지마 상태로 몰아넣은 후


히히 사실은 안죽었지롱! 하며 농락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몇 번 하면 적응이 되겠지 싶지만

할 때마다 힘든 거보면 인간은 원래 운동을 하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 아닐까싶다. 그냥 탕수육이나 먹고

자빠져 넷플릭스나 보는 모드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다 살이 찌고 성인병에 걸려 죽어버리는 게

사실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놓고 또 아프면 세상 어디가 아프다고 삐용삐용

할거잖아.



아무래도 몸은 멍청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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