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창선 Oct 09. 2023

일은 죄가 없다. 난폭한 건 사람일 뿐.

악마를 잡으러 출근합니다 제9화

이번에 새롭게 기획한 10회 분량의 사내 판타지 소설입니다 :) 처음부터 보셔야 꿀잼이고, 중간에 갑자기 보시면 뭔말인가 싶으실 거에요! 이곳에 나온 모든 에피소드와 이름, 상황은 가상이고 특정한 기업, 성별, 종교, 신앙, 동물, 음식, 신념, 가치관 등을 비하하거나 저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01 사냥은 계속된다.


찰나의 순간, 냐봉과 엠제이는 단단한 발 밑이 느껴졌다. [다시 돌아왔구나.]


눈 앞의 빛이 흩어지고, 다시 천상의 사무실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둘에게 집중되었다. 싸늘하고 난처한 눈빛. 그리고 돌려앉은 어색한 자세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냐봉과 엠제이를 긴장시켰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적대감이 가득한 공간. 이미 신... 아니 이곳의 매니저는 이미 둘의 귀환을 알고 있었다. 이내 문이 열리고 그가 걸어들어왔다. 


[다시 온 걸 환영해요. 아니 포털이 잠시 고장나는 바람에 두 사람을 귀환시키는 게 늦었지 뭐예요..ㅎㅎ]


냐봉은 미간을 찌푸렸다. 엠제이는 무언가 말하려는 냐봉의 허벅지를 가볍게 쳤다. 먼저 애길 꺼내지 말란 의미였다. 매니저는 잠시 둘을 쳐다보더니 의자를 꺼내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파일들을 냐봉과 엠제이 앞에 툭 던졌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말을 하려는건가?]


매니저가 차갑게 말을 꺼냈다. 파일을 집어든 엠제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곳엔 둘이 해치웠던 악마들과 케이트의 신상정보까지 모든 기록과 인사평가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냐봉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직원들을 괴물로 만들고 그걸 동료에게 사냥하게 하고... 그렇게 실적을 채워왔던 거네? 이번엔 우리가 사냥꾼이었던 거고]


매니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 말이 정확하네요. 사냥. 사실 엠제이 당신도 생각해봐. 팀장으로써 실적을 무시할 수 있나? 실적이 나와야 팀원들도 사는 거 아냐. 다른 팀한테 탈탈 털리기나 하는 팀으로 만들 순 없잖아. 지금 보여준 그 10명은 정말이지 멍청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었어. 1인분은 커녕 다른 놈들의 발목을 잡기 일쑤였지. 실수에, 어설픈 정의감에, 개인주의에... 조직을 위하는 마음이라곤 요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웠지. 그래서 이런 식으로라도 팀에 기여를 했으니 그들에게도 피차 좋은 일이 아닌가.]


혼잣말인지 훈계인지 모를 읊조림을 이어가던 매니저는 말을 마치곤 피식 웃으며 고개를 휘저었다.


[뭐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도 이제 당신들의 모습을 보니 사냥을 이어갈 생각은 없는 것 같네. 어때?]


엠제이가 입을 열었다.


[실적은 중요하지. 이곳은 실적이 아주 높은 곳이잖아. 아주 자랑스럽겠어. 그건 숫자로 보여지는 것이니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거야.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직장생활을 지옥으로 만드는 악마를 소탕하는 것이었어. 생각해봐. 조직에서 살아남는 방식이 곧 그곳의 정체성이야. 이곳은 어때? 상대를 사지로 내몰면서 성장하고, 침묵으로 생존을 보장받지. 그래 여기가 곧 지옥이야. 니가 만든 거야, 이젠 내가 누굴 사냥해야 할지 알겠지?]


엠제이의 말에 매니저는 불쾌한 듯 굳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이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일어났다. 냐봉과 엠제이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어깨와 다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래, 뭐. 길게 말해 뭐하겠어. 일은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좋지.]


말이 끝나자마자 냐봉은 목이 콱 막히며 몸이 떠오르는 걸 느꼈다. 매니저는 순식간에 달려와 냐봉의 목을 졸라 벽으로 밀어부쳤다. 그의 팔을 잡으려는 엠제이는 발길질에 우당탕 소리를 내며 날아가고 말았다. 냐봉은 뒷허리춤에서 반려를 꺼내 매니저의 팔을 향해 휘둘렀다. [크윽...] 목이 졸려 있는 상태에선 제대로 휘두르기가 힘들었다. 냐봉은 발버둥치며 힘을 쥐어짜보았지만, 그 정도의 힘으론 일격에 팔을 잘라내기 쉽지 않았다. 버둥거리는 사이 매니저는 그런 냐봉을 보며 비웃으며 말했다.


[너흰 그냥 여기 들락날락 거리는 수많은 영혼 중 하나일 뿐야. 여긴, 천상의 기관이라고. 뭘 알고 덤비는 건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냐봉은 몸이 붕 날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찰나! 캐비넷쪽으로 날아가 이리저리 구겨지듯 나뒹굴었다. 


[크윽....]

영혼상태이니 피가 나거나 멍이 들진 않았지만. 몸의 에너지가 빠져가는 것은 명확히 느껴졌다. 육체의 고통과는 다른 종류의 현기증 또는 두통같은 고통이 온 몸에 전해져왔다. 매니저는 냐봉을 확실히 처리하려는 듯 천천히 걸어왔다. 냐봉은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순간 뒤에서 엠제이가 일어나며 냐봉과 눈이 마주쳤다. 냐봉은 끄덕이며 손에 쥐고 있던 반려를 매너지를 향해 힘껏 던졌다. 


[뭐하는거야..?]


매니저는 힘없이 날아온 반려를 가볍게 피하고는 비웃듯 말했다. 그 순간

[커헉!!!!!!]


반려는 땅에 떨어지기 전 다시 공중으로 떠올라 큰 궤적을 빠른 속도로 그리곤 그의 목덜이로 날아들어 깊숙히 파고들었다. 엠제이의 조종이었다. 매니저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몸을 휘청이고 목에 박힌 반려를 뽑아 던진 채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에잇 진짜... 야이 새끼들아 뭐하고 있어!! 빨리 이것들 좀 내다버려!!!!!!!!]


그 순간 얼어붙은 듯 앉아있던 직원들이 일제히 달려나와 엠제이와 냐봉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그아아아아!!!! 이거!! 이거놔!!!]


매니저는 주머니에서 펜던트를 꺼내 손에 쥐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현관문 근처에서 원형의 빛이 그려지더니 이내 동그란 통로의 모습을 갖추었다. 엠제이는 황급히 오른손을 뻗어 모니터를 들어올렸다. 냐봉의 팔을 꺾고 있는 놈을 향해 날려보냈고, 냐봉 또한 다시 손에 반려를 쥐고 달려오는 직원들을 향해 휘두르며 뒷걸음질쳤다.


[너무 많은데요...]

[게다가 네 다섯 발자국 밖에 안남았어.]


둘의 등 뒤로는 푸른 빛의 포털이 빛나고 있었다. 저곳으로 떨어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20명이 넘는 직원들이 영혼없는 눈빛으로 다시 손아귀를 벌렸고, 엠제이는 양손을 뻗어 책상과 캐비넷을 들어올려 그들의 발 밑으로 집어던졌다.[으아아아아앗!!!!!!!!!!] [쿵!!!!!!!!!]


그리곤 엠제이가 소리쳤다.


[니네 동료들이었잖아! 그 사람들을 희생시켜 만든 숫자가 뭐가 그리 당당해!! 이번에도 침묵하며 일상이다, 현실이다, 어쩔 수 없다, 회사니까... 이런 말만 반복하겠지!? 퇴근 후엔 오늘도 힘들었다며 징징댈건가?? 이래놓곤 어떤 핑계로 또 내일을 살아가는 거지?]


직원들은 엠제이의 말에 격하게 반응하며 더욱 거칠게 둘의 붙잡았다. 살점이 뜯겨나갈 듯 팔 다리를 휘감긴 둘은 이제 두 발이 공중에 뜨다시피 했다. 엠제이는 무언가를 컨트롤해보려 했지만 팔이 붙잡힌터라 염동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다. 이제 두 걸음 거리!!


[팀장님!!! 이제 해요!!!]

[응!!!!]


그 순간 냐봉은 엠제이에게 소리쳤고, 엠제이는 냐봉과 눈을 마주치곤 작게 끄덕이며 외쳤다. 엠제이는 왼팔을 붙잡고 있던 거구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겨우 떨어뜨렸다. 조금 가벼워진 왼팔로 엠제이는 자신의 목걸이를 힘껏 들어올렸다가 땅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순간 목걸이 사이에 있던 펜던트가 조금 갈라지며 희미한 빛이 뿜어져나왔다. 


[이제!! 올라와도 돼!!!!! 이곳이야!!!]


냐봉은 거칠게 외쳤고, 바로 그 때. 외침과 함께 거의 빨려들어갈 뻔 했던 포털에서 역으로 빛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곤 강렬한 바람이 둘과 직원들을 일제히 날려보냈다. 지상으로 이어지는 포털로 무언가가 역소환되 천상의 사무실로 올라온 것이다. 거대한 강풍처럼 따뜻한 빛이 온 사무실을 휩쓸고나자, 포털 앞에 빛이 걷히고 누군가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실루엣을 바라본 매니저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뭐..뭐야.... 왜 포털로..역소환이...뭐가...] 눈을 찡그리며 실루엣을 살펴보던 매니저는 순간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소리쳤다.


[저..저게 어떻게 다시!!!!!!]


[케이트 무사히 돌아왔구나.]

냐봉은 실루엣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한 번의 역소환이 끝난 포털은 여러개의 빛으로 쪼개서 사라졌고, 포털 앞에 선 케이트가 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을 부축삼아 일어킨 냐봉과 엠제이는 케이트와 눈이 마주쳤고, 케이트는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냐봉과 엠제이는 케이트의 손을 붙잡고 나지막히 말했다.


[이제, 모든 걸 밝혀.]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누구를 위해 칼춤을 추고 있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