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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reedom plus

<본자들>-"이터널스" 인터뷰

2022년 1월 5일 오전 10시 녹화 진행

by Roman

본업과는 큰 상관없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 등의 글을 1999년부터 웹 상에 써서 올려온지 어언 23년이 되어가고 있다.


책을 출판한 것도 아니고, 각종 문예에 대한 공모전 등에서 입상했던 적도 없다. 브런치에서 응모한 "브런치 패스" 관련하여 마지막 5 기수 때 선정되었던 것을 제외하자면.


물론, "브런치 작가" 자체가 나름의 진입 장벽을 갖고서 이곳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작가 선정 작업을 하고 있기에 따지자면, 일종의 진입 장벽 하나를 6년 전에 통과해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인 것은 맞다. 이것이 그냥 쉽게 이뤄지는 일이 아님을 나중에 안 뒤로는 많이 감사하고 있다.


경제적인 대가라든가 눈부시게 쏟아지는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손수 독자로 등록해주신 분들이 어언 1,100분이 넘어갔고, 한 편의 글 당 단 한 개의 좋아요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었지만, 아직 피드백도 그렇게 받지는 못하는 편이기는 해도 매편 올리는 글에 1~20 이상의 좋아요를 최근에는 받고 있어, 이 또한 항상 감사하고 있는 일이다.


글에 신호를 주거나 댓글을 남기거나 브런치 구독을 하는 거의 모든 독자분의 브런치 페이지에 찾아가 독자로서 등록하고 최소한 들려서 표시해주신 분이 쓴 글이 있다면, 띄엄띄엄이나마 찾아가 읽고 보았다는 신호를 남겨 두고는 온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 길고도 많아서인지 그리고 작가 소개의 글에서 엄청난 연배가 느껴져서 인지 글에 답글이 달리는 경우를 보는 것은 드물다. 하나라도 달려 있으면 그날은 내내 행복할 정도다. 그러나 그것에 불평할 이유는 사실 없다.


작성하는 목표가 명확하거나 타인에게 도움이 되거나 위로가 될만한 글이 아닌 "나만의 글"을 써서 올리는 입장에서 이 글에 대한 답변까지 원하는 것은 욕심이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을 통해서 일할 힘을 찾고 동기를 유지하는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다. 그 정도만으로도 사실 굉장히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도 제대로 동기부여하고 열심히 일하면서도 취미로써 긴장감이나 절박감보다는 그저 습관이 되어 때때로 쓰지 않을 수 없는 이 글에 성실한 댓글 반응까지 구하려 하는 것은 탐욕같다.


아주 가끔 가다 있는 일이지만, 글에 대한 조회수가 1만 단위로 올라가는 글이 생길 때는 시류에 잘 맞는 키워드를 적절한 타이밍에 잘 올려서 웹 검색으로 해당 글을 찾는 사람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유도했구나란 평가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회 수가 높아져도 독자의 "좋아요"라는 반응이나 글을 공유하는 횟수는 비례적으로 늘어나진 않는다.


다만 제목에 대한 기획이 좋았고, 구글 검색이나 다음, 카카오 웹 또는 모바일 검색 시에 상단에 조회되는 글로 링크가 떠있는 경우에 딸려오는 조회수이므로 그것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와서 제대로 보았을 거란 생각까지는 이제는 하지 않는다. 글의 가치는 그저 스치듯 왔다 가는 클릭에 의해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어느 만큼 그 글이 독자에게 필요한 것을 주었고, 그것에 대해서 느낀 바를 공유하는 반응을 받지 못한다면, 글의 가치는 독자와 나 사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다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 역시 의미 있는 글을 찾아가 읽고도 없는 시간과 에너지의 문제로 아무 반응 없이 조용히 "좋아요"만 찍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를 괴롭히고 싶진 않다. 글은 쓰인 그대로의 가치가 있고, 피드백이 없더라도 읽히고 있다면 그것은 그대로 다행인 것이다.


얼마 전에 쓴 "매트릭스_리저렉션"에 대한 감상문이 급격하게 수일만에 1만 개를 돌파했었지만 엄청난 독자의 유입이나 피드백의 확대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저 안분지족 하며, 내가 취미 생활을 오래 끌고 가는 중이구나, 일상에 쓸 에너지를 다시 회복하고자 글을 쓰며, 스트레스 해소를 건전하게 하고 있구나 등의 합리화를 하면서 "브런치 작가"이자 오랜 직장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중이다.


아마도 내 글을 읽고 나서 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 만큼의 매력이 글에 없던지 내게 없던지 아님 대부분의 독자분이 시간이 없고, 수줍음이 많으며, 열심히 댓글을 달만큼의 에너지가 없는 분인지도 모른다.


어떻든 이런 상태가 1~2년 이야기도 아니고 브런치에 진입한 이후 벌써 6년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 하나라도 댓글이 있다면 성실하게 마중하는 댓글을 달아야지 생각하고 바로 쓴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 속에 반응이 있고 없고에 확실하게 무감각해진 나에게 실질적으로 내가 쓴 글에 의해서 만들어진 제안을 어제 갑자기 받았다. "올레 TV" 채널과 모바일, 웹, OTT 서비스 등을 통해서 제공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인 "본자들"로부터의 제안이었다. "이터널스"에 대한 내용으로 패널로 참여하여 녹화를 오늘 오전에 1시간 정도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내가 쓴 "이터널스" 감상문이 인터뷰이 픽업 담당자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었다. 글을 쓰면서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란 심정으로 평일 오전 일정의 녹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반차까지 내었다. 설레어서 소풍 전날 아이라도 된 듯이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직장에서 전화를 받고 집에 돌아온 뒤에 어떤 이야기를 녹화 중에 해야 할지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담은 대본과 보도 자료, 소스 등을 받고선 "취미 활동"이 조금 더 빛을 보는 셈이므로 좀 더 진지하게 마음의 준비나마 마쳤다.


미리 준비했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거나, 버벅거리거나, 잘못 기억하고 한 말도 튀어나오는 등 자질구레한 실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30분 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주 목요일 이후부터 일주일간 방송이 송출되고, 많을 경우에는 올레 TV 채널에서 4회/일 가량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고, 모바일과 웹 사이트에서 링크로 무료로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 전날 훑어보기만 했던 "본자들"에서 "테넷"을 다룬 영상을 보았는데, 통상 어떤 분야, SF소설가라든가 과학 관련 유튜브 운영자, 방송 기자 등의 좀 더 전문적인 직군을 찾는 경우에 비해서 크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내가 선정되었었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했고, 색다른 관점이나 핵심을 잘 정리해서 요약하여 제공하는 표현이 없었던 나의 부족함을 잠시 복기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인터뷰라기 보단 수다 떨기 같은 형식의 인터뷰를 즐겁고 활기 있는 영화 소개 내용으로 유도하고 잘 진행한 "승국"이란 고정 패널 성격의 유튜버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녹화가 시작되기 전후해서 받았다.


목소리가 좋다라던가 내가 쓴 글을 읽었는데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나름 자신감도 생기고 방송의 분위기에 능동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에너지도 올라갔던 것 같다.


나름 파급력이 있는 채널에 데뷔한 "첫 경험"에 대한 기억을 여기 적어 두고, 이 기억을 우선은 긍정적인 시도를 한번 해 낸 것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안 올지도 잘은 모르겠다. 주최 측에서 어떤 이유에서 급하게 녹화 하루 전에 패널을 구해야만 했던 상황인지도 역시 모른다.


그리고 녹화 중에 내가 이야기한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방식으로 편집하게 될지도 잘은 모른다. 내가 한 소개에는 "브런치 작가"라는 이야기는 한 문장도 들어가지 않았다. 다만, 다니는 회사를 홍보하는 개념으로 소개하고 "마케터"로만 언급했다. 이제 와서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복기하고 있을 이유는 없지만, 선정된 이유가 다니는 회사 때문이 아닌 것인데, 왜 그렇게만 소개했던 것인지 조금 후회가 된다.



다음 주 목요일 이후부터 송출될 방송을 보게 되기를 기다리며, 이만 잠에 들려고 한다. 어제 설친 잠을 보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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