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소수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
비기너스 (2011)
Beginners
감독: 마이크 밀스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퍼 플러머, 멜라니 로랑, 고란 비즈닉, 카이 레녹스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2 분 | 2011-11-10
이 영화는 나름 느릿느릿하면서도 기억의 조각들을 리듬감 있게 배치하여 자칫 처질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긴장감 있게 잘 유지해낸 "편집"과 "연기", "스토리", "메세지"를 잘 배치한 수작이다.
이야기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은 실상 이미 극의 초반에 죽음을 맞이한 극중의 이완 맥그리거의 아버지이다. 영화 제목이 비기너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죽기 수년 전에야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 아웃을 할 수 있었던 아버지도 결국은 행복을 그때서야 다시 찾기 시작한 비기너이고,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서야 아버지와 더불어 왔었던 상처입은 가정과 자신에 대한 이해를 마치고 제대로 행복한 사랑을 찾고자 시작한 아들이 또한 비기너이며, 또 하나의 다른 양상의 불행 때문에 사랑 앞에 머뭇거리는 여자가 또한 그 아들을 만나 사랑을 제대로 시작한 비기너이기 때문이다.
온전한 사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이제야 다시 시작한 사람들을 비기너라고 부르는 이 영화의 메세지는 "사랑"="행복"="진정한 삶"이라는 공식을 전제조건으로 깐 출발점부터 시작해서 막바지에 이르러서 점점 진해지고, 사회적 편견 때문에 벌어진 성적 소수자의 불행을 우리 삶 속에 대입해서 이해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감정 이입 포인트를 잘 제시한다. 반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그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을 불행하고 다소 건조한 삶 속에 몰아넣었던 사회적 편견은 대사 속에서 정확하게 등장한다.
동성 연애자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은 사회와 국가, 특정 종교 그룹, 개인별로도 다르다. 적어도 표면적이나마 지금은 어느정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생겨났지만 십수년전만해도 그들에 대한 편견은 완고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러한 성향을 "병"으로 규정하고 "치유"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기에 치유될 수 없는 성적 소수자들은 이상자들로 소외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마치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식탁에서 그들에 대한 비난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과도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왼손잡이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오른손을 강제하는 것은 그들의 자연스러운 삶을 망가뜨리고 심리적인 상처를 남기는 것이 되듯이 동성연애자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이성연애자로서의 삶을 강제하는 것은 "불행"을 강제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다. 왜 그런지는 영화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아직도 편견와 혐오스러움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 정도는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다시 제대로된 이해를 시작할 수 있는 비기너가 되어보는 것도 이 영화가 바라는 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