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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07. 2015

<맨 오브 스틸>-감동의 갱신

오리지널 슈퍼맨 시리즈의 감동을 갱신하다.

슈퍼맨 (1979)

Superman

감독: 리처드 도너

출연: 크리스토퍼 리브, 말론 브랜도, 진 핵크만, 마고 키더, 네드 비티

정보: SF, 액션 | 영국, 미국 | 143 분 | 1979-03-31


케이블 TV에서 슈퍼맨 1편 오리지널이 방영될 때 채널을 돌리지 않고 열심히 보았던 것은 슈퍼맨 시리즈의 또 다른 리부트인 "맨 오브 스틸"의 감흥이 계속해서 나를 슈퍼맨이라는 영화의 세계관 속에서 헤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슈퍼맨의 세계관이 내게는 나름 넓고도 깊게 다시  각인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하고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맡은 맨 오브 스틸이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과연 역대 최고의 슈퍼맨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케이블에서 다시 목격한 나의 유년 시절에 엄청난 감동을 주었던 슈퍼맨 오리지널(물론 이전에 만들어진 슈퍼맨 영화들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79년작인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 일종의 원본이자 오리지널이다)이 주었던 감동을 약간은 심심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까지 하였다.


학교에 다니기도 전에 봤던 슈퍼맨이 준 감동은 실상 엄청났었다. 다시 79년작의 오리지널 슈퍼맨 영화를 30여 년이나 지난 뒤에 보다 보니 왜 그 시대에는 느껴졌던 감동이 이 시대에는 더 이상 감동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는지 알 수 있었고, 그 이유들은 다음과 같았다.


1. 그 시대는 아직 냉전 시대이자 지금보다도 훨씬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쓰여진 어휘들은 아주 쉬운 단어들이었고 단순한 표현들이었다.


광범위한 정보의 공유와 대중 매체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싱거운 스토리였음에도 미국에서 만들었고 미국의 관객들이 열광했으며 상을 휩쓸었다는 뉴스만으로도 영화 외적인 감동이 이미 영화적인 감동을 일부 견인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이 정도 급의 영화가 끝나면 우리나라의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던 시절이기도 했었다.

촌스럽기 그지 없는 비쥬얼이지만 그 때는 세련되기 그지 없어 보였다.

2. 이제는 그 당시에 만들어진 엄청난 인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리지널리티를 표방하는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만큼의 외모와 건장한 몸을 가진 배우들이 일단 너무나도 많다. 때문에 그가 오리지널 영화 속에서 보여준 순수하고 다소 순진해 보이기까지 한 연기를 훨씬 뛰어넘는 외모가 이제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가 않다.


브라이언 싱어가 의욕에 차서 엑스맨 3의 감독직마저 고사하고 만든 "슈퍼맨 리턴즈"는 크리스토퍼 리브에 가까우면서도 좀 더 외모가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주인공을 배역에 넣고 이 아름다운 외모를 강조한 스토리 라인을 짜고, 렉터 교수가 클립토나이트로 슈퍼맨의 힘을 빼앗는 영화 속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좀 더 거대한 스토리로 만드는 동시에,

렉터 교수 역할을 오리지널에서 한 진 헥크만과 비슷한 카리스마와 느낌을 주는 케빈 스페이시를 렉터 교수 역할로 등장시키는 회고와 복고적 상상력을 믹스한 빈티지스러운 영화로 각색을 했음에도 기대했던 흥행은 이루지 못했고 영화적 즐거움도 뛰어난 편은 되지 못했다.



3. 슈퍼맨 오리지널 시리즈가 만들어낸 영웅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히어로이고 인종 통합 내지는 평등적인 사고는 무시하는 차별이 판치던 시대에 맞춰 가공된 백인 우월주의의 산물 그 자체이기도 했다.

또한 외계인이 마치 신적인 존재로 치장되어 인류에게 구원을 주러 온 것처럼 자리 매김 했던 상징성까지 겹치면서 이 영화는 백인 우월주의가 종교적으로도 포장되고 다시 한번 리본까지 매어진 케이크 세트 같은 것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글로벌화된 관객들은 그런 우월주의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스토리를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하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얼마 전 도시로서 파산 선고를 법원에 신청한 미국의 디트로이트시가 80년도의 200만 명가량의 인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업 도시였던 시대를 뒤로 하고 현재는 70만 명의 인구와 36%의 빈민율(한국 평균의 3배 이상)을 갖고 있는 도시로 버려진 소식에 기사에서 나타날 정도로 미국은 이제 세계의 부를 움켜쥐고 무조건 잘 나가는 나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업율이 18.6%면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고, 빈민율 36.2%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인구는 호황기의 3분의 1로 줄어 있다. 몰락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리스토퍼 놀란과 잭 스나이더는 이 시리즈를 어떻게 리부트해야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과 전략을 내가 보기에는 아주 제대로 잡았다.


안타깝게도 영화의 반향은 인셉션이나 배트맨 시리즈라던가 300만큼의 그 두 사람의 성공작들만큼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저력과 독특함 독창성이 잘 발휘된 수작이 만들어진 것만큼은 아주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보인 이유들에 대해서 나는 아래처럼 나열해보고자 한다.


맨 오브 스틸 (2013)

Man of Steel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에이미 아담스, 마이클 섀넌, 케빈 코스트너, 다이안 레인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43 분 | 2013-06-13


1. 일단 이 영화는 물론 백인우월주의나 미국 최고주의가 안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슈퍼맨이 미국인들을 포함한 지구인들에게 무조건적인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다기 보다는, 그와 같은 행성 출신의 같은 힘을 가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조드 장군 패거리들의 협박에 의해서 지구인들의 안전을 위해 불려가야 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이후 취조 신문까지 받는 장면들을 통해서 영웅이라 불리는 존재에 대한 대중적 명암이나 판단, 인기의 이른바 "덧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스토리를 구성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인류와 유리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슈퍼맨이 잠시 땅바닥으로 제대로 내려와있는 느낌을 갖도록 만들었다면 크리스토퍼와 잭은 성공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슈퍼맨 혼자서만 영웅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인 군인들도 인류를 위해서 영웅적인 희생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명확히 보여준다. 슈퍼 영웅만 영웅이 아니다라는 주제를 보여준다. 시대가 이제 그런 사실을 전달해주길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슈퍼맨급의 악당에게 칼을 꺼내는 용맹함이다.

2. 외계의 슈퍼맨의 근거지였던 별이 망하고 결국에는 붕괴하는 드라마를 세심하고도 사실 임직 하도록 공을 들여 제작했다. 러셀 크로우가 말론 브랜도와 비교될 만큼의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가 될 이유가 없어도 될 정도로 이 드라마는 슈퍼맨 신화를 그 자체로 새롭게 구성해서 이전 오리지널 영화의 콘셉트를 버리고 새로운 콘셉트로 슈퍼맨을 재구성해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영리함을 발휘했고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3. 그 다음에 절대로 능력을 일반적인 사람들 앞에 드러내지 말라고 하는 원작과 똑같은 경구가 지구에서의 부모들로부터도 주어지는데 이전 오리지널 영화 못지않게 그 존재감이 높은 부모 배역에 공을 들여, 케빈 코스트너는 카리스마와 깊이 있는 슈퍼맨의 양아버지로서 어머니는 다이언레인의 깊은 모성을 느끼게 하는 연기로써 슈퍼맨의 지구에서 형성된 인성의 깊이가 매우 깊을 것이라는 인상을 또한 성공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조드 장군 패거리가 슈퍼맨의 지구의 고향집을 방문해서 다이언 레인을 위협할 때 "감히 우리 엄마한테..."하면서 그에게 덤벼드는 슈퍼맨의 모습은 나름 흐뭇한 웃음과 동시에 그도 심정적으로는 분명한 지구인이라는 동질감을 전달해줄 정도이다.


4. 그리고 특수 효과의 최신 기술들이 이 영화에서는 분명 십분 잘 발휘되어 있다. 그 어떤 종류의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을 모두 망라한 그 어떤 히어로 물에서도 나타난 적이 없는 빠른 속도의 대결이 이 영화에서는 펼쳐지고 있다. 이 속도만 보자면 그 어떤 히어로도 그에게 대적할 수 없다.

최고의 강력한 적과 엄청난 재앙. 지구인들을 모두 통째로 소멸시켜야만 하는 과제를 갖고 있는, 지구인에게는 악마 같은 악당이지만 클립톤 행성의 부활을 위해서 생명을 거는 조드 장군은 나름 올바른 명분을 확실히 가진 영웅이랄 수 있다.

이런 나름 선과 선 간의 갈등의 구조는 매우 설득력이 있고 흥분도를 높이기 마련이다. 충돌이 벌어지고 슈퍼맨과 빌런들의 대결은 그 힘과 명분에 있어서 끝까지 박빙일  수밖에 없다.

렉터 교수라는 전형적인 라이벌 악당의 존재를 없애고 클립톤 행성에서 슈퍼맨과 같은 질감을 가진 적이 지구를 쳐들어오는 설정에 중심을 둔 것은 이와 같은 장관을 가진 전투씬을 위해는 최고의 선택이었고 갈등 구조가 세련된 이 시대의 것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설정이었다.


5. 이 영화가 리얼리티를 보강한 부분은 아이들을 태우고 강물에 빠진 버스를 들어 올려 아이들을 구한 슈퍼맨이 어렸을 때 보여준 능력에 대한 아이들과 주변 어른들의 반응이다.

여기에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아버지는 능력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몸소 토네이도에 쓸려 죽는 상황을 감내하면서까지, 슈퍼맨이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막는다. 이 부분이 케빈 코스트너가 멋지면서도 깊이와 카리스마를 동반한 연기력을 발휘해서 관객들에게 사실임직함을 잘 전달한 부분이다.

토네이도에 죽더라도 아들이 능력을 드러내지 않게끔 만류한다. 어색하지 않은 노장 배우의 연기.

이 때문에 슈퍼맨은 더더욱 자신의 행동에 조심할 것이고 지구인에게 잘난 척하는 인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겸손함을 갖게 되었으리라는 스토리가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특수 효과에만 목숨 걸지 않았고 감성에 호소하는 스토리에도 세심한 설정이 느껴진다. 물론, 지구인 기자인척 연기하는 신문사에서의 그의 어벙한 듯한 연기는 역으로 슈퍼맨이 지구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오리지널과 다름없이 드러내지만.


6. 데일리 플레닛이라는 신문사는 물론 그 이름 그대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전 시대와의 간극을 보충하듯 신문사의 최고 권위자는 흑인이다. 로렌스 피시번의 카리스마 넘치는 등장은 냉전 시대와 백인 우월 주의의 광채가 사라진 이 시대를 잘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프로파간다는 일정하다. "흑인이 두목인 시대"라는 것이다.



7. 이 신문사의 여기자인 루이스 레인과의 기대했던 연애는 아직 제대로는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것도 이전 시리즈와 차별성을 갖기 위해 선택한 것일 수는 있다. 하지만 밥 한 공기를 꾹꾹 눌러 담듯이 엄청난 내용들을 밀도 있게 담은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움은 이미 갖고 있지 않았다. 그게 아마도 큰 흥행에는 다가가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후속편에서 루이스와 클락크의 연애스토리가 만들어질 개연성이 생긴다면 로맨스를 잘 다뤄볼 여유도 생길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와 잭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기울였을 엄청난 사유와 논의, 흥행 성적을 만들기 위해서 끼워 넣었을 수많은 요소 중에 뛰어난 사랑 이야기는 유감스럽게도 없었고, 후속편인 슈퍼맨과 배트맨은 연애이야기가 중심이 될만한 구도의 영화가 될 가능성이 낮다.

대신 마지막 장면에서 날아가는 슈퍼맨을 보고 여군이 남기는 "나는 그가 섹시하다고 생각해요"라는 대사는 이 영화를 통해서 새롭게 만들고 싶은 슈퍼맨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드러내어 준다. 그리고 그 배역에 어울리는 남자 배우인 헨리 카빌은 이러한 육체적인 매력과 섹시함 또한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열심히 이 영화를 와이프와 보고 나오면서 실상 우리 둘은 매우 기쁘고 즐거웠었다. 이전에 보았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슈퍼맨 리턴즈"의 내용은 거의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겠지만 아마도 "맨 오브 스틸"이라는 영화의 내용만큼은 두고두고 잘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슈퍼맨 리턴즈 (2006)

Superman Returns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브랜든 루스,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보스워스, 제임스 마스던, 프랭크 란젤라

정보: 액션, SF, 어드벤처 | 미국 | 154 분 | 2006-06-28


앞 서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좋지 않은 흥행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난 브라이언 싱어가 실패했고 그의 능력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잭 스나이더보다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엑스맨 2를 가족들과 함께 보면서 그 영화의 장면 장면에 가족 전원이 빨려 드는 현상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에게 맞는 전공은 원톱 내지는 투톱 주인공을 대상으로 그려내는 드라마를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닐 것이다. 그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동질 내지는 비슷한 급의 능력을 가지고 아수라장으로 싸우는 시리즈에 어울리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에게는 슈퍼맨 영화에 손을 댄 것이 실책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브랜든 루스는 이 영화의 실패 이후 여타 영화들에서도 그다지  주목받는 배역을 받지 못하고 있다. 슈퍼맨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의 나쁜 부분만 그에게 남겨진 느낌이다.


반면 맨 오브 스틸은 저스티스 리그를 향해 잘 달려가는 두 번째 발걸음을 딛고 있다. 헨리 카빌은 살아남았고, 이제 배트맨과의 일전이 남은 상태이다. 보다 영화 외적으로 보자면 마블 프렌차이즈와의 결전을 위해 DC 프렌차이즈의 히어로들이 모여드는, 전운이 감도는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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