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01 ~ 2022. 10. 10 (10일 차)
손톱을 짧게 유지하는 습관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약간 아파 보일 정도로 손톱을 바짝 다듬는다.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손톱과 손가락 사이에 끼는 까만 때들이 보기 싫어서 이틀에서 사흘 주기로 자주 손톱을 자른다. 여행 기간 열흘 동안 손톱을 자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사실 여행 전부터 걱정했었다.
하지만 매일 씻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손톱은 생각보다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지나치게 예민했던 탓일까.
아침 일찍 몽골 공항에 도착해서 인천공항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하늘은 책을 보면서 기다리고 꽃은 음악을 들으면서 기다린다.
별은 어제 백화점에서 산 몽골 전통 의상을 입고 앉아 있는다.
달과 잎은 환전한 몽골 잔돈이 남아있어 공항을 돌아다니며 잔돈을 쓰고 온다.
몽골에서의 열흘을 떠올려본다.
눈 부신 달을 본 장면, 이른 아침 일출 광경, 수많은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몽골어로 인사하자 환하게 웃어준 몽골 아기들의 웃음소리 등등 많은 장면들이 떠오른다.
여행에서의 하루하루를 꼭 기록해 놓으리라 다짐을 더욱 하게 됐다.
세 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인천공항.
팀원들을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 곳이면서 동시에 인천공항에서 헤어지게 됐다.
하늘은 수염이 더 멋있어졌고 꽃은 이날도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
별은 처음 본 날도 그러더니 몽골 전통의상을 벗고 또 반 팔을 입고 있다.
달과 잎은 피곤해 보였지만 나를 잘 쳐다본다. 낯가림은 끝나 보인다.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인사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이동했다. 몽골에 열흘 밖에 있지 않았지만 조금은 한국이 어색했다.
다른 세계에서 있다 온 기분이었다. 지하철 창문 밖으로 보이는 광경들이 몽골과 비교됐다.
하늘은 잘 보이지 않았고 건물들이 더 많이 보였다. 정돈된 도로와 인도, 많은 신호등과 자동차들을 보며 한국에 도착했음을 체감했다.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부모님과 동생에게 전한다.
이미 몽골에 다녀온 적이 있는 동생은 한국에 오니 기분이 이상하지 않냐며 나를 채근한다.
짐을 풀고 정리를 한다. 아직 모래가 잔뜩 들어있었다.
선물들 먼저 한편에 두고 입었던 옷가지들과 여행 도구들을 꺼내면서 발견했다.
길어진 손톱 사이에 까만 때가.
몽골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잔뜩 보인다.
내가 예민해진 탓일까.
분명 한국이 몽골보다 쾌적하고 편할 텐데 왜 다시 예민해져 있을까.
주변 사람들의 시선, 자존심, 연봉, 부모님의 기대 등등
여러 가지 잣대들 틈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나.
크게 심호흡하며 몽골에서의 평화로운 시간을 다시 떠올리자 손톱의 때가 덜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렴, 난 우주라 불린 사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