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뜰살뜰 구구샘 Sep 23. 2024

세입자가 월세를 안 내요. 문자도 씹어요..

허재삼,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주네요>

세입자가 월세를 안 냈다. 그것도 한참이나. 처음에는 보증금에서 깠다. 얼마 지나니 보증금도 0원이 되었다. 이젠 세입자가 말 그대로 공짜로 사는 상황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월세 안 낸다고 세입자가 사는 집 문을 강제로 연다면? 주거 침입으로 정의의 심판을 받을 거란다. 그래서 감정에 호소해 보기로 했다. 임차인께서 전화는 안 받으시니 문자를 보냈다.


[제발 나가 주시면 안 될까요?ㅠㅠ 여태까지 밀린 월세 그냥 없던 걸로 해드릴게요. 그냥 집만 좀 비워 주세요]


물론 그 문자도 사뿐히 씹혔다.



이젠 법원의 힘을 빌릴 차례였다. 하지만 법원이 내 징징거림을 들어줄 것 같진 않았다. 절차를 지켜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책부터 읽었다. 그때 만난 책이 바로 이 책,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주네요>다.


제목은 좀 섬뜩했다. 악덕 집주인을 처단하는 내용인 줄 알았다. 세입자는 무조건 을이고, 임대인은 무조건 악으로 치부할까 무서웠다. 하지만 내용은 달랐다. 완전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인 책이었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제목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주네요>였지만, 내 상황은 <세입자가 월세를 안 내요>였다. 수많은 사례 중 나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찾아봤다. 그랬더니 80쪽에 내가 원하던 내용이 딱 있는 게 아닌가?


"몇 개월째 월세를 안 내는 임차인을 내보낼 수는 없나요?"


바로 내가 찾던 내용이었다. 손에 침도 안 묻히고 80쪽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무심한 듯 툭 던지는 고수의 글귀를 만났다.


1. 내용증명 보내시고요

2.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신청 하시고요

3. 명도소송 하시면 됩니다^^


... 이건 마치


1.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2. 주문하고

3.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세입자 내보내기? 스벅 주문처럼 5분 만에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9개월짜리 긴 여정이었다. 모든 과정을 셀프로 진행했는데, 그 사이 돈도 털리고 멘탈도 털리고 시간도 털렸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나마 5년 전에 경매 공부를 해놔서 다행이었다. 안면을 튼 강사께 배스킨라빈스 기프티콘 쏴드리며 도움을 구했다. 물론 전자소송을 대신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법원에서 보정명령이 내려올 때마다 뒤처리하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그게 싫으면 법무사를 쓰던가.


세입자 분은 어떻게 되었냐고? 법원에 의해 끌려 나왔냐고? 다행히 계고(문 따기)까진 가지 않았다. 명도소송 승소 결정정본을 받을 때쯤 세입자께서 제 발로 나가 주셨다. 물론 밀린 월세와 소송비용 등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집에서 산다. 먼 옛날 조상님들이야 동굴에서 살았겠지만, 지금은 아파트든 주택이든 빌라든 암튼 집에서 산다. 그럼 셋 중 하나다. 월세, 전세, 매매 말이다.


월세라도, 전세라도, 매매라도 어떻게든 갈등은 발생한다. 그게 세입자와의 갈등이든, 집주인과의 갈등이든, 부동산 소장님과의 갈등이든 뭐든 간에 노이즈는 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걸 압축해서 정리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쓴 허재삼 작가님은 세종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고 계신단다. 그분 덕분에 셀프 명도소송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분이지만 이렇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신 그 세입자분께도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부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앵무새가 미움받지 않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