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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뜰살뜰 구구샘 Oct 07. 2024

너 없이도.. 아니, 뇌 없이도 잘 살아!

장동선,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Q. 뇌는 왜 필요할까요?

A. 생존을 위해서요!


장동선 박사님이 물었다. 뇌가 왜 필요할 것 같냐고. 뇌과학자가 물으니 더 긴장됐다. 내 눈동자만 보고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읽는 건 아니겠지? 조심스레 '생존' 때문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박사님은 씩 웃더니 강의를 이어갔다.


Q. 뇌 없이도 생존 잘하는 애들은요? 아메바 같은 애들요ㅋㅋ

A.... 그러게요



뇌과학으로 유명한 장동선 박사님이 우리 동네까지 와주셨다. 서울에서 4시간은 걸릴 텐데... 멀리서 강의하러 와주신 박사님을 위해서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 박사님이 쓰신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미리 읽고 간 것이다.


사실 이 질문은 책에도 나와 있었다. 뇌가 필요한 이유 말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런 거다.


-유전자: 조상님이 겪어본 위험 대처

-뇌: 조상님이 못 겪어본 위험 대처


우리는 천둥번개를 무서워한다. 자다가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에 깨본 적 있을 것이다. 괜히 이불을 붙잡기도 한다. 몸이 으스스 떨린다. 이건 누가 가르쳐줘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동굴에 살던 조상님들이 유전자로 물려준 기본 스킬이다. 이 능력 없는 사람은 번개 맞아 죽기 딱이다.


전기는 다르다. 우리는 전기가 뭔지 안다. 하지만 동굴에 살던 조상님들은 전기가 뭔지 모른다. 만약 조상님이 물기 흥건한 손으로 콘센트를 만진다면? 옆에서 보던 우리는 놀라 까무러칠 거다.


천둥번개의 무서움은 유전자가 알고 있다. 반면 젖은 손과 전기의 위험성은 뇌가 알고 있다. 유전자는 단기간에 학습이 안 된다. 하지만 뇌는 학습할 수 있다. 그래서 뇌가 필요하다. 시시각각 바뀌는 현실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조상님의 유전자' vs '2024년의 내 뇌'


둘 다 나를 보호하려고 안달이다. 그런데 의도치 않은 갈등이 일어났다. 메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상님이 동굴에서 살던 시절에는 먹을 게 부족했다. 그래서 조상님들은 눈앞에 먹을 게 있으면 무조건 와구와구 다 먹었다. 먹은 건 최대한 지방으로 바꿔 쌓아 뒀다. 그리고 동굴로 돌아가 존버했다.


그런데 2024년은 다르다. 집 앞 편의점만 가도 먹을 게 천지다. 3천 원으로 삼각김밥에 컵라면 해서 엄청난 칼로리를 때려 부을 수 있다. 동굴의 조상님들이 한 달 동안 먹은 칼로리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전자는 자비가 없다. 아직도 우리가 동굴에 사는 줄 안다. 그래서 먹는 족족 지방으로 바꾼다. 그러다 보면 BIG5병원행이다. 비만, 고지혈증, 당뇨 같이 조상님들께서 상상도 못 하던 병을 얻을 거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희망은 있다. 우리에겐 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삼김에 컵라면! 어서 집어넣어!

-뇌: 어림없지^^


다행이다. BIG5 병원 예약 취소해도 되겠다. 이건 전부 다 뇌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뇌도 가끔 뻗을 때가 있다. 바로 '술'이라는 녀석이 들어왔을 때다. 인간의 뇌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술이라는 녀석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뇌는 술의 존재를 모른다. 무방비로 당할 뿐이다. 술이 술술 넘어가면 뇌는 쿨쿨이다. 그땐 고삐 풀린 유전자만 남는다. 오늘도 뇌는 유전자에게 졌다.


하지만 이제 유전자는 긴장해야 한다. 뇌의 지원군이 등장했으니까. 그건 바로 인공지능, 그러니까 AI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벤치마킹했단다. 뇌가 학습하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학습한단다. 거기다 뇌의 장점만 취했단다. 인공지능은 술 먹고 취할 일이 없단다. 그냥 전기만 꾸준히 넣어주면 된단다. 지치는 일도 없단다. 이거 완전 사기템이다.


이 책,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는 인공지능 발달의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뇌과학자가 쓴 나무위키 문서를 보는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인공지능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책에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도 함께 보여준다. AI가 발달하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지 버전으로 제시한다. 하나는 해피엔딩이고, 다른 하나는 멸망엔딩이다.


유토피아니 디스토피아니 간에, 내게 중요한 건 눈앞의 '맵단짠'이다. 이 녀석을 먹지 않아야 내가 살 수 있다. 인공지능은 누구 편을 들어줄까? 내심 내 뇌를 도와줄 거라고 믿는다.


안 그러면 코드 뽑아버릴 거야.



사진: Unsplash의Austrian National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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