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홍보의 신>
To. 선태 형
선태 형, 여기 진주는 아직도 더위가 한창이야. 충주는 어떤지 모르겠네. 빨리 더위가 사라지면 좋겠다.
형이 낸 책은 잘 읽었어. 표지에 대문짝만 하게 형 얼굴이 있더라. 잘생겼다고 그렇게 얼굴 막 써도 돼? 크리에이터는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지, 얼굴 치트키 쓰면 반칙이잖아. 그래도 표지 덕분에 책은 빨리 읽었어. '아직도 다 못 읽었어?'라고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괜히 찔리더라. 3일 만에 후딱 해치웠네.
형과 나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
1. 공무원이고
2. 지방 소도시 살고
3. SNS 하고
형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형을 예전부터 많이 봐왔어. 형이 유퀴즈 나오기 한참 전부터 봤으니까 꽤 오래됐지? 유튜브도 완전 초창기부터 구독했어. 솔직히 형이 그림판으로 편집할 때가 더 내 취향이었는데. '눈에는 눈, 이에는 옥수수' 감성 말이야. 물론 요즘 유튜브 감성도 좋아!
형 덕분에 요즘 일하기 수월해. 홍보 콘텐츠 올릴 때마다 형이 기준점이 돼주거든. 몇 년 전이면 상상도 못 했을 거야. 병맛 콘텐츠 만들어서 연구사님이나 장학사님께 보내드리면? 바로 반려당할 게 뻔했거든. 그런데 요즘은 달라. '그래도 충주시보단 점잖네' 하면서 프리패스라니까? 형의 작은 날갯짓이 대한민국을 바꿨어!
내가 올해 [경남교육청 미래교육원] 홍보팀장이 되었거든? 지난 주말에도 홍보 영상을 찍어왔어. 집에 돌아와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켰는데 고민이 되는 거야. 제목을 뭘로 정할까 망설여졌거든.
[보기 1] 코딩하러 오세요!
[보기 2] 담임쌤 어디 가셨어? 나락가셨는데요;;
형도 아는 것처럼, SNS는 후킹이 중요하잖아. 1초 안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에 자비는 없잖아. 사람들은 핸드폰 화면 위에 엄지손가락 3cm 띄워 놓고 보니까. 여차하면 바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려고 말이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락 가셨는데요' 영상을 상신했어. 다행히 연구사님께서 오케이 해주셨지. 역시나 반응은 좋았어. 구독자 100명 채널에서 조회수 3천이 나왔으니까. 다 형 덕분이야!
형이 쓴 책, 마냥 웃으며 읽을 순 없더라. 위기상황이 너무 많아서 보는 내내 심장이 벌렁벌렁하더라고. '충주 사과' 논란으로 시장님까지 나와서 사과하던 썰은 정말이지.. 같은 공무원으로서 PTSD가 올 뻔했다니까. 도대체 어떻게 견딘 거야?
우리 공무원 집단은 꽉 막힌 걸로 유명하잖아. 솔직히 언론에 비치는 것보다 더 꽉 막혔지. 공무원 아닌 사람이 들으면 깜짝 놀랄 썰도 많잖아. 거기서 튀는 행동을 했으니 얼마나 돋보였을까. 몇몇 직장 동료도 싫어하고, 일부 시민도 비난했을 거야. 공무원이 SNS 한다는 이유만으로 악플 먹는 거? 유명하지 않은 나도 매일 겪는 일인데, 형은 오죽하겠어?
형, 공무원 크리에이터의 조상님이 되어 줘서 고마워. 덕분에 후배는 좀 더 편하게 길을 가네. 형의 고군분투기를 책으로 남겨 줘서 정말 감사해. 내가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표지에 있는 형 얼굴 보면서 힘내 볼게.
내가 지금까지 형을 지켜보니 형 멘탈은 걱정 안 해도 되겠더라. 자아가 워낙 단단한 것 같아서 말이야. 대신 건강 걱정은 조금 되네. 너무 바빠 보여서 말이야. 스케줄이 몰아치겠지만, 틈틈이 휴식하면서 꾸준히 콘텐츠 뽑아 줘. 형의 다음 콘텐츠도 기대하고 있을게!
2024. 무더운 여름날
알뜰살뜰 구구샘 드림
*소장 여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유튜브 운영에 대한 '디테일한 팁'을 원하시는 분: 고몽 작가가 쓴 <유튜브 이야기> 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