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양c Aug 01. 2024

멈춘 이유,



한 달만이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이 하얀 화면을 마주하고 보니, 기분이 씀씀하다.

씀씀하다 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씀씀한 느낌.


음...

7월부로 복직을 했다.

2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내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복직을 한지 한 달이 지났고, 꽤나 만족스럽다.

작가가, 진짜 작가가 되고 싶다는 2년간의 꿈이 왠지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진짜 작가가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긴 하는 풋내기 작가지망생이지만. 여전히 나는 당신이 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느낀다. 슬프게도.


7월에 예정되어 있던 '수상한 퇴근길'의 출간 계획이 9월로 미뤄졌다.

아니, 9월에 나올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말고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여섯 글자의 제목에 갇힌 주인공 고 대리에게 미안할 뿐..


천사 이야기도, 공무원 이야기도 다 멈췄다.

글 속 인물들에게 정말 미안함이 든다면, 누군가는 이해할 수 있을까.


멈춘 이유는,

복직.

현생살이.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육아.


여전히 계속되는 삶의 무게에,

그리고 2년간 그렸던 꿈의 한계가 선명하게 눈앞에 날아와 박히는 듯해서,

가슴이 팍 막혀온다.


그저 지금은 고요히 외면하고 있을 뿐.

어쨌든 내가 책임져야 할 삶의 무게를, 책임지는 게 맞으니까.

내가 그토록 바랬던 꿈은, 현생살이 앞에 잠시 숨을 고르자 생각하자.


나조차도 읽지 않고 있던 내 브런치 글들에,

한 작가님이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그 댓글에 가슴이 요동친다.


텁텁하고 씀씀한 현생살이에 가랑비 빗물에 젖듯 젖어가고 있었는데,

무지개처럼 그 꿈과 빗물을 이어지는 듯해서.


언젠가 브런치에 다시 글을 이어가겠지만,

언젠가가 언젠가 세글자로 남을까 봐 두려워지는 밤.

포기는 않겠지만,

외면에 만족할까 두려워지는 밤.


맥주 한 캔. 귀에는 노래 한숨의 적막이 남는다.

끝났다던 장마에 이어지던 숨 막히는 더위가 잦아든 밤,

그래도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창을 통해 내게 와닿는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어느 작가님의 말씀처럼 이렇게 날려쓴 이 글도 나 자신의 모습일 것이니,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닿아, 지금의 내 마음이 전해지길.

아니, 내 안에만 남더라도, 그저 묵묵히 흘러갔을 시간에 애써 하얀 창에 까만 커서를 밀어낸 노력을 기억하길.


그 기억이 꿈꿨던 그 꿈을 언젠가 현실로 끌어당겨주길.

바라고 바라는 바람같은 바람.

이런 허울뿐인 말장난같은 글들만.


멈춘 이유, 현생 살이.

언제까지고 꿈만 좇을 수는 없는 나이.

아니, 나이 탓이라지만, 사실은 이 꿈으로는 답도 없다는 걸 알아서 뛰어들지 못하는 용기 없음.


당신의 한숨, 그 깊이를 이해할 순 없겠지만.


이 노랫말 한숨만큼,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진짜 작가가 되었으면.


언젠가는.


포기는 않겠지만

외면에 만족할까 두려운, 그런 밤.


현생살이에 꽤 만족하고 있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속상하다는 뜻이네. 망할.

작가의 이전글 문창과 입시 오픈 채팅 방에 몰래 일주일 있어보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