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하다. 사유할 수없이 보낸 하루는 없는 날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를 돌아보면 그냥저냥 흘려보낸 하루들이 너무 많다. 바쁘다는 핑계를 좋아하진 않지만, 실제로 물리적인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나지 않았던 한 해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또 그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무엇인가가 잘 못된 게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지나고 보니 세계 곳곳을 여행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질리도록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여유였다. 매일 같이 하늘을 바라봐도 매일 새로운 모습의 하늘이 그곳에 있었다. 하루를 시작하며 바라보는 일출의 설렘, 푸른 하늘의 포근함과 한가로운 대낮의 따스한 햇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몰의 황홀함을 느낄 수 없는 삶은 불행한 삶이다.
지난해에는 하늘을 바라본 날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고개를 올려다보면 되는 작은 행위 하나도 할 수 없는 삶을 지양한다. 적어도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다. 우리는 생각한 대로 살기 위해 태어났지, 사는 대로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는 아무리 바빠도 좀 더 자주 하늘을 바라보고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