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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

by 김보준

인생사 새옹지마. 한창 외부 활동과 강연을 주로 했던 시절 코로나가 터졌다. 마치 수도꼭지 잠그듯 일순간 모든 일이 끊겨버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비대면으로 강의를 하며 수익구조를 만드는 방법을 익혔다. 그 덕분에 이제 노트북 한 대면 전 세계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됐다. 아무리 못해도 노트북 한대면 굶어죽지 않을 만큼은 벌 자신이 있다.


홍대에 사는 버킷리스트가 있었는데 올해 이룰 수 있게 됐다. 그것도 가장 핫한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코 닿을 곳에. 게다가 어디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좋은 사람들과 지낼 기회를 얻었다. 그 즈음 코로나 간호사 모집 공고를 봤다. 원래는 파견일을 딱 한 달 정도만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같이 지내는 사람들에게 행여 피해가 되지 않을까 임시로 숙소를 구해 나가 살게 됐다.


급격하게 확산되는 코로나 탓에 한 달이던 계약은 연장되고 연장되어 지금까지 근 1년이 지났다. 월세는 이중으로 나갔고, 멀쩡한 홍대집을 두고 지냈던 10개월 중 한 달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내 홍대살이는 끝을 맺었다. 그래도 1년의 기간 동안 다시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로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됐고, 높은 업무 강도만큼이나 적지 않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지금 좋은 일이라고 앞으로도 좋을 순 없고, 지금 좋지 않은 일이 계속 좋지 않을 거라는 법도 없다. 코로나 덕분에 어떤 좋은 일이 와도, 반대로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위기 속에는 늘 기회가 있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겸손해야 한다. 이게 올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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