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이 나를 만든다

by 김보준

수능을 치고 정시로 간호학과에 지원했었다. 열심히 노력한 시간들에 비해 수능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다행히 예비 합격자로 대기번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거의 10년 전인 그 당시에도 간호학과는 인기학과였기에 대기번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기나긴 기다림은 추가 합격 발표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날에도 내 차례는 오지 않았고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듯했다.


그날 늦은 저녁, 친구와 만나 앞으로의 진로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처음 보는 낯선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기, 김보준 학생 맞으시죠? 혹시 다른 대학교에 등록하셨나요? 급하게 한 분이 등록을 취소하셔서.." 모든 걸 내려놓은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적어도 그때의 나에게는 어떤 반전 드라마보다 더 짜릿 전개였다. 그 당시 나는 대학생활의 첫 스타트이자 꽃이라는 오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런데 혹시 오티는 언제죠?" 수화기 반대편으로 한 마디의 대답이 돌아왔다."간호학과 오티는 오늘 출발했는데요.." "...." 그렇게 나는 그토록 원하던 간호학과에 맨 마지막 문을 닫고 극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늘 다른 사람들 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공부를 할 때에도 글을 읽는 속도가 남들보다 배로 느린 탓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고 어떤 일이든 남들보다 배우는 게 더딘 편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남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단 한 번도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대학생 때는 사람들을 만나고 대외활동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항상 같은 자리에 똑같이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오죽하면 돌부처라는 말이 나왔을까. 대학 입학 후부터는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시간도 너무 아까워 모두 끊어버렸다. 남들보다 더디고 느린 나였기에 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에는 항상 부족함 투성이라는 생각에 독서실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잠들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늘 열등감에 쌓여 있었던 덕분에(?) 항상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었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시험에서 전 과목 A+을 받은 적이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결과들 또한 모두 내가 가진 열등감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결과였다. 항상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나 더 열심히 노력할 자신이 있다고.

instasize_181005225616-01-01.jpeg 예상치 못한 시험에서의 전 과목 A+

뒤돌아 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열등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