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발밑으로 커다란 날벌레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순간 화들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그림자로 봐서는 보통 크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가로등 아래를 봤는데 내가 두려워했던 커다란 날벌레는 그곳에 없었다. 다만 손톱만 한 날벌레 한 마리가 가로등의 불빛에 홀려 등불 아래를 뱅뱅 멤 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단지 가로등 불빛에 비친 날벌레의 그림자 크기만 보고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다. 그 실체는 전혀 내가 생각한 두려워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실체를 마주하는 순간 언제나 두려움은 사라지게 된다. 다만 실체를 마주하기 위한 용기는 필요하다. 내가 그 자리를 당장 벗어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올린 것처럼.
우리가 평소 두려워하고 있는 것들 또한 가로등 아래의 날벌레 그림자 같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