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편을 두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가 됐다.
벌써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딸은 기숙사, 남편과 아들은 집, 나는 사택에서 생활하게 됐다.
식구가 넷인데 거주지가 세 곳이나 되는 매우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다.
만약 둘째가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를 간다면 우리는 넷으로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는 경우의 수가 남아 있다.
나는 인사이동과 동시에 집을 떠났다.
걱정반 두려움반 시작한 세 공간의 시작이다.
그리하여 우리 가족은 주말에만 함께 지내게 됐다.
발령이 나기 전까지도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염려하고 고민했었다. 내가 없으면 밥은 어떻게 하나? 옷은? 청소는?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거리가 생겨났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간 결과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남편의 손이 더 많이 들어갈 뿐이다.
남편은 나보다 살림을 더 잘하는 것 같다.
주말에 갈 때마다 살림살이가 하나씩 늘고 정리 정돈도 잘되어있다.
심지어 초파리들도 없어졌고, 분리수거조차 말끔하다. 남편은 평일에 혼자 일하랴 살림하랴 신경을 써서 그런지 주말은 초저녁부터 잠에 들었다.
아들은 엄마의 잔소리가 없으니 더 잘 먹는 것 같다. 책상 위에 먹고 남은 흔적들이 꽤 있었다.
엄마의 부재가 혹시나 영향이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러나 아들은 엄마가 주말에 가도 놀아줄 시간이 없다. 친구들과 놀러 가고 집에서는 게임하고 늘 뭔가 바빠 보인다.
그래서 주말엔 오직 우리 집 고양이 루이만 내 옆에 찰싹 붙어있다. 집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여집사만이 맛있는 간식을 주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유야 어찌 됐던 루이가 나를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아들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내가 사택에서 보낸 이튿날 아침 8시 45분에 아들의 담임 선생님에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어머님 잼민이 가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시험이라 지각하면 안 되는데요. 얼른 보내주세요"
"네?"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시험 첫날 당일 아침 8시 45분.
남편에게 떨리는 손가락을 눌러 전화를 했고 빨리 가서 깨우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의 직장에서 차로 집까지 도착해 아이를 깨워 학교를 보내기엔 시간이 매우 다급했다. 실례를 무릅쓰고 1층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해 경찰 남편 찬스를 썼다. 교대근무라 아침에 다행히 집에 계셨고 집에 들어가 잼민을 깨워 학교에 보냈다. 다행히 아들은 교복을 입고 잠을 자고 있었고 그 상태로 학교로가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나중에 들어보니 중간고사 첫날이라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했고, 아침을 먹고 아빠는 출근하고 아들은 잠깐 누웠다가 학교를 간다는 게 꿈나라로 가버린 것이다. 그러게 원래 하지도 않은 일을 하필 엄마가 없는 날 했을까.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매우 허탈했다.
"엄마 근데 깨워준 그 아저씨는 누구야?"
매번 보던 이웃집 삼촌을 몰라볼 정도로 당황한 중2 남학생의 궁금증이라니.
하긴 나도 자고 있는데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나를 깨우면 상당히 무서울 것도 같다.
안 보면 잊힌다는 말처럼 요즘은 오로지 내 삶에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이곳에서도 줌바댄스를 시작했고, 운동장도 열심히 걷는다. 책도 읽고, 동료들과 밥도 먹고, 산책도 한다.
야근을 하게 돼도 부담이 없다. 오늘 못하면 까짓 몇 시간 초과를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편하다. 퇴근하면 부랴부랴 집에 돌아가 저녁 준비를 해야 했었지만 이제는 준비해서 먹여야 할 식구들이 없다. 오로지 내 뱃속만 챙기면 된다. 김치에 밥을 먹어도 되고, 컵라면을 먹어도 되고, 동료와 먹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전부리를 해도 양심의 가책이 없다. 이제 평일 저녁밥에 대한 모든 짐은 오롯이 남편이 지고 있다.
그럼에도 엄마니까 일요일 오후에는 평일을 위해 몇 가지의 요리를 한다. 여유로운 늦은 주말시간대신 약간의 부산함이 추가됐다. 그 정도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월요일 아침이 되면 남편은 멀리 운전해서 출근해야 할 아내를 위해 아침을 차려준다. 먹기 좋은 샐러드와 빵을 굽고 커피를 내려준다. 몇 년째 해주는 아침이지만 요즘은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월요일은 새벽 5시 무렵에 일어나 준비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까지 덩달아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주말부부, 주말가족의 삶도 괜찮은 것 같다.
사춘기 아들에게 매일 잔소리하는 엄마보다는 주말에는 조금은 더 다정한 엄마가 될 수 있고, 남편과도 잠시 떨어져 지내다 보니 고맙고 좋은 것만 눈에 들어온다. 살림도 잘하고 아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남편에게 매우 고마운 마음이 든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내가 마음이 편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은 모두 남편 덕이다. 나 결혼 잘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