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主婦):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
나는 직장에 다니며 집안일도 하는 가끔 주부다.
집안일은 물론이고 요리까지도 정갈하고 맛있게 잘하는 주부였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요즘 직장 생활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살림도 완벽한데, 거기에 유튜브까지 하는 슈퍼우먼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내가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집안일을 소홀히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면피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나는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충분한 주부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 거라고 눈을 감는다. 스스로 완벽한 주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그릇은 '적당히. 대충 그 정도면 됐어'라고 이미 정해버렸다. 내가 만일 전업주부였다면 정말 큰 일이었을 뻔도 했다. 그 정도로 살림을 잘하지 못한다.
결혼한 지 17년째 이건만 아직도 요리다운 요리라고 딱히 내세울 것이 없고 멋진 엄마들처럼 일정한 리듬의 칼질도 일정한 두께의 야채 썰기도 할 줄 모른다.
초등학생이 요리 수업시간에 흉내 내는 정도의 칼질이라고나 할까
"요리는 하다 보면 다 늘어~"라고 말씀하시던 어른들의 말씀은 틀린 걸까? 도대체가 실력이 늘지를 않는다.
그런 내가 '나도 주부 맞네~~!'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날이 갑자기 따뜻해진 어느 날.
냄비 뚜껑을 열었는데 아뿔싸 음식이 상했다. 냄새도 시큼하고 색도 끔찍하다.
일단 뚜껑을 얼른 덮는다.
'안 본 눈 삽니다'
먼저는 회피한다.
다시 열어볼 엄두 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썩은 냄비
냄비째 버리는 게 쉬운 길이라면, 그럴 수만 있다면 냄비째 버리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어쨌든 치워야 한다.
생각한다.
저걸 어쩌지?
어쩌긴 어째? 치워야지
그것도 바로 내가!
그렇다.
치울 사람은 주부인 나다.
갑자기 어디선가 용기가 차오른다.
나도 우리 엄마처럼 척척 할 수 있을 거야.
고무장갑을 끼고 온수를 틀고 상한 음식이 담긴 냄비를 싱크대에 붓는다. 그리고는 수세미에 세제를 짜고 하얀 거품을 마구마구 낸 다음 깨끗하게 씻고 또 씻는다.
뽀드득
깨끗해진 스텐 냄비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유후~ 나 주부 같다'
다른 설거지랑 똑같은 방식이건만 나는 가끔 상한 요리 냄비를 씻고 나면 내가 그렇게 대견하다.
동글로야~
그냥 썩은 냄비를 만들지 말고 미리미리 버리고 씻어~
곧 날씨 더 따스워진다고~
그래 집사야
주부이고 아니 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갔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