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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로 Aug 08. 2024

고양이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아프지 말아다오.

퇴근 후 집에 들어섰다.

"엄마! 루이가 문 앞에 똥 싸놨어!"


루이가 화장실에 변을 본 게 아니라는 소리다.

그 말과 동시에 모든 것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무심코 단정 짓고 넘어갔던 일들이 하나씩 연결되어 갔다. 구토 인지 설사인지 모를 무엇이 근래에 바닥에 조금씩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엉덩이 그루밍을 하지 않아 냄새가 난다며 씻기기까지 했다. 맙소사.


화장실 청소는 아이들이 전담을 하고 있어서 변이 그동안 어땠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알코올로 깨끗이 소독하고 화장실을 치웠다.

모양이 예사롭지 않았다.

맛동산 모양인 변과 그렇지 않은 변이 섞여 있었다.


갑자기 걱정대출이 시작됐다.


두 명의 아이를 임신하여 중학생이 되기까지 키우는 동안 어찌 우여곡절이 없었을까? 하지만 고양이가 아프다니 무한한 걱정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두부모래로 바꿔서일까?

최근에 기존에 먹던 건식사료를 바꿔서일까?

이벤트로 받은 간식이 문제일까?

아니면 내가 새로 산 간식이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면 오늘 새로 온 습식사료가 문제?

동츄르?

의심할 것들은 너무 많았다.


최근에 1박 2일로 여행을 갔고, 2주 후 또다시 친정에 1박 2일로 다녀왔다. 루이는 그때동안 오롯이 혼자 있었다. 그래서 외로움을 타는 걸까? 스트레스를 받았나?


그것도 아니라면 접종을 위해 병원에 다녀왔는데 그게 힘들었을까? 접종은 하지도 못하고 돌아왔으니 그건 아닐까?


생활 변화가 좀체 없었을 것 같은 루이 었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변화가 너무 많기도 했다. 그렇게 고민과 걱정을 안고 하루를 지났다.


아침에 보니 또 무른 변을 보았다.

그리고 운다.

비둘기나 벌레를 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울지 않는 녀석인데 이상하다.

"야옹! 야옹~"

내 귀에는 아파~아프다고~!!라고 들렸다.


그러고 보니 화장실에 또 설사를 해뒀다.

"야옹~야옹~야옹~"

부랴부랴 병원에 갔다. 다행히 주말 오후지만 병원진료를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의사 선생님은 아직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으니 약을 먹고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셨다.


집에 돌아온 나는 반려동물용품점으로 되돌아가 기존에 먹던 사료를 다시 구매했다. 혹시나 사료 문제일까 싶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루이는 간식도 끊겼다. 불쌍한 루이.


다음날 루이는 건강한 맛동산을 생산했고 그다음 날은 다시 날아다녔다.


고양이가 아픈 적은 처음이었다.

고양이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

둘째를 입양해 루이 친구를 만들어 줘야 하나 하는 한가한 생각이 사라지게도 만들었다.


고양이가 아프니 모든 것이 정지됐다.

신생아였던 우리 아이들이 아팠을 때와 똑같았다.


24시간 대기조 신생아 엄마모드가 됐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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